어머니 공부 - 치매 어머니와 시장터에서 느리게 살기
이동현 지음 / 필로소픽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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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머니 공부>는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는 저자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철저하게 어머니 위주로 봉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조곤조곤 담겨 있는 책이다. 그는 어머니를 봉양하며 사는 것이 단순히 어머니를 상대하는 것이 아닌 하늘을 상대하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의 신념과 삶의 모습을 굳이 특별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가 원치 않을 것이므로. 대신, 참말로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의 어머니와 천천히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내가 행하지 못하는 일들을 일상으로 해내며 살아가는 그들 모자의 삶이 행복해 보인다. 가능한 일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입장에서 쓰여 진 글도 읽어볼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


어머니 공부의 충서(忠恕), 여기서 충은 ‘자기 몸과 마음을 다 하는 것’, 서는 ‘남을 헤아려 접어 생각하는 것’이다.(p.252)


저자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봉양하는 것에 대해 논어에 나오는 충과 서를 빌려와 자기의 신념을 밝히고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하여 어머니를 봉양하면서 주위의 모든 사람을 향해 서를 지향하고자 하는 아들의 간절함이 어머니공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그 ‘서(恕)’라는 것이 ‘용서하고, 헤아려 동정하고, 깨닫고, 밝게 알다‘ 라는 의미를 지닌 만큼 부모봉양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주로 가족들이 될 것이다.)의 행동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나의 몸과 마음을 다하여 봉양하기에 힘써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그 충과 서를 몸소 실천하신 분으로 인정한다. 양가의 부모를 무한책임으로 봉양하였기 때문이다. 자식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진리가 되는 부분이다. 자신의 편의대로 부모에게 일정량의 효를 실행하며 사는 자식들도 결국은 온전한 충서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나를 비롯하여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 치매에 걸리거나, 거동이 불편해진 노부모를 집에서 성심을 다해 봉양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현실을 굳이 질타하자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단지, 자신이 생각하는 어머니 공부에 대한 길을 자신의 신념대로 걸으며, 담담한 일상을 들려주는 것이다. 효는 자식 또는 부부 사이에서 드러나는 현실(p248)인 만큼, 저자는 우리가 자식으로서, 아들로서, 며느리로서 부모에게 어떻게 효를 행해야 하는지를 더 세심하고 솔직하게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것으로 생각된다.


전희식님의 <똥꽃>, <엄마하고 나하고>라는 책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그 책들도 감명 깊게 읽었었는데, <어머니 공부>는 그 책들과는 약간 차원이 다른 책이지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은 책이다.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감탄하는 것,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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