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들
필립 지앙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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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필립지앙’은 스무 편의 장편소설과 일곱 편의 소설집을 출간한 촉망받는 작가이다. 그 중 <37.2도 아침>이라는 소설은 <베티블루>라는 영화로 각색되었고, 이 책, <나쁜것들>도 2011년 영화화 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난 그의 소설이나 영화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


<나쁜 것들>은 원제가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나쁜 것들이건,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건 이 책의 성격을 모두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제목이다. 실제로 예순을 조금 넘은 필립 지앙은 이 책에서 예순을 맞이한 한 ‘작가’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 그리고 인생에 대해 처참할 만큼 자세하게, 꾸미지 않고 그 흐름을 그리고 있다. 일말의 가식도 없는 그의  삶에 대한 치밀한 묘사는 일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아내와 딸을 눈 앞에서 잃고 난 후( 살아남은 딸에게는 엄마와 자매를 잃은 일)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다시금 서로에게 날카로운 촉을 들이미는 삶을 살고야 마는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 그들의 삶이 너무 암담하고 아프다. 더구나 이때는 주인공이 아내에게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지른 다음, 심한 갈등관계에 있던 때였고, 결국 그 용서를 받지 못한 상태로 아내를 잃어 버리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주인공에게는 형벌이었다고 본다. 살아남은 딸 역시 엄마의 일기를 통해 아버지의 잘못에 대해 알아버렸고,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상처와 더불어 평생 지우지 못하는 상처로, 결국 자신의 삶까지도 허물어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들에게 있어 삶은, 서로가 겨눈 총구를 마주보며 살아내야 하는 일이었고, 한 밤중에 불어온 돌풍이었으며, 검은 구름을 몰고 와 생의 현장을 어둡게 덮어버리는 태풍 같은 것이었다. 혹은 이유를 알 수 없이 고장 나 버린 전기밥솥이나 자동차처럼 대책 없고 황당한 것들이기도 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말과 시선, 그리고 마음속의 무수한 생각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서로에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대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서로의 삶에서 밀어내고 생채기만 만들었던  그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어쩌면 그의 자전적인 소설이 아닐까? 아니라면 이렇게 철저하게 서로를 외면하고 상처만 주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삶에서 ‘용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말하고 싶었을까? 혹은 독자들 스스로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 돌아보기를 원한 것일까? 그가 표현한 모든 것들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끔찍할 지경이었다. 미화하지 않은 그의 문장들에서 내가, 내 주위의 사람들이 실제로 겪고 살아가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여과 없이 그대로 녹아 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고통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가끔은 그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지고 오로지 말금한 가을 하늘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향해 웃어주는 그런 시간도 있었을테지. 우리 삶이 그러하듯이.


우리 곁에 놓여 있는 ‘나쁜것들’을 가능하면 크게 용서하고 잊어버릴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이 고통스러울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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