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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언 直言 - 죽은 철학자들의 살아 있는 쓴소리
윌리엄 B. 어빈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직언>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목표와 가치를 되돌아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인생철학서이다.”(p.12)
흘러가는 시간 속에 숨이 가쁜 사람들,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인가 허탈한 사람들, 정신없는 일상에서 제발 좀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사람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향한 윌리엄 B.어빈의 직언(直言)이다.
‘당신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나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소제목에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고 솔직히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결코 아집이나 고집으로 보이지 않을 나만의 원칙을 갖고 사는가? 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인생철학 중 스토아철학을 통한 삶의 방법과, 그러한 삶이 주는 진정한 기쁨이 어떤 것인지를 간절한 마음으로(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독자들에게 심어주고, 2000년 전의 스토아 철학자들의 지혜가 이 시대에 어떻게 연결되고, 그것을 어떻게 적용시키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훌륭한 매개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
솔직히, 철학이라고 하면 머리부터 아픈 것 같고, 뭔가 어려운 느낌부터 드는 것이 사실인데, 단언하건대 이 책은 결코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책이지만,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 초입의 바람을 느끼며 술술 읽힐 수 있을 만큼의 조금은 통쾌한 책인 것 같다. 요즘 출간되어 나오는 각종 인문서적과 철학서들, 그리고 자기계발서들 속에서 이 책은 단연 돋보이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만큼 내 취향과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스토아 철학은 평정심과 절제의 철학이다. 마음을 도구로 하여 삶을 고통에서 환희로 변화시키며, 정의나 용기, 인내, 절제 등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삶에 있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주장한다. 또한 스토아 철학의 중요한 지혜는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다. 우리 내면에 깃든 힘에 주의를 기울이며 자신의 삶이 피폐해지지 않도록 ‘덕’과 ‘평정심’을 강조한다.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세네카, 무소니우스루푸스,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등을 꼽는다. 이들 중 특히 에픽테토스의 통제삼분법이 나의 눈길을 끈다. 자신의 삶을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 부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범주화 하라는 것이다.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지 말고, 대신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자신의 에너지를 최선을 다해 쏟으며 살라는 뜻이다. 또한 세네카는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이 말은 향락에 빠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인생이란 것이 영원하지 않으니 지금 살아 있는 것이 얼마나 근사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알고 살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는 모욕, 슬픔, 분노, 명예, 가치관, 의무, 관계, 소외, 노년, 죽음, 실천 등 삶에 쳐들어 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책속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므로 그 방법에 대한 소개는 생략한다)까지도 철학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는데, 이 글을 읽다 보면 상처받았던 마음이 스르르 치유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스토아철학자들이 추구했던 가치관들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살기에는 시대가 너무 앞서 버린 것도 같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질만능주의, 사치와 쾌락, 온갖 해악들에 너무나 많이 노출되고, 감염되어 버린 이 시점에서 말이다. 그리하여 스토아철학자들이 주장했던 소박한 기쁨과 삶에 대한 호기심을 되찾고, <견고하고도 변하지 않는 끝없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참 맛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