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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안네 - 60년 만에 발견한 안네 프랑크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베르테 메이에르 지음, 문신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베르테 메이에르는 네 살 때 유대인 수용소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동생과 단둘이 살아 남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 안네의 일기 >에서 안네와 이 책의 저자는 서로 아는 사이였다. 아주 어린 시절이기는 하지만, 서로 이웃으로 지냈던 사이이고, 수용소에서의 기억도 갖고 있다. 이 책은 끔찍했던 수용소에서의 기억을 되새겨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고 쓴 글이다. 저자는 전쟁에서 살아남은(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들이 어떤 기억을 갖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우리들은 어쩌면 역사 속에 함께 흐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껴줄 의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너무나 어린 나이에 전쟁을 경험하고 거기서 살아남아 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니까.
그녀의 고백적인 글들을 통해, 전쟁이 그들의(생존자들) 나머지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잔잔하게 헤아려 볼 수 있었다.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무감정’이라는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존 장치인데, 살아오는 동안 전쟁이나, 수용소 그리고 죽은 가족에 대해 금기된 것들이 생존자들의 마음에 어떤 생채기로 자리했는지 알 것 같다. ‘기억속의 블랙홀’안고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아픔, 그들이 겪은 외상에 대해 , 이 책에서는 ‘제 3의 정신적 외상’ - 첫 번째는 집과 고향으로부터 내몰린 일이고, 두 번째는 가족들마저 살해당한 수용소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일이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그런 과거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니 뭔가 허전하다. 워낙 유명했던 책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인 ‘안네 프랑크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라는 책표지의 글에 뭔가 속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기서 ’안네‘란 세계 2차 대전에 대한 상징적인 인물과 이름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이 책의 제목도 이해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고백하면서 전쟁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진심으로 ’굿바이~!‘하고 싶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