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 - 몸에 관한 詩적 몽상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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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자, 괴테, 노발리스, 러셀셔먼, 롤랑 바르트, 랭보, 바슐라르, 발레리, 파스칼, 스피노자, 옥타비오파스, 원매, 일연, 까뮈, 플라톤 등등 일일이  이름을 다 열거하기도 복잡하다. 그 중에는 내가 아는 이름도 있고, 모르는 이름도 많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인용하거나 참고한 책들을 쓴 사람들이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과연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신춘문예 등단과 극작가의 길을 걷기도 하고,  야설작가와 유령작가로 글쓰기를 하기도 하였단다. 또한 자유와 양심의 시인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의 이력을 이렇게 들춰내는 것은 솔직히 김경주라는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 밀어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가 1976년생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밀어는 참 쉬우면서도 난해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에 관한 명상? 정도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책 표지에 나타난 바와 같이 몸에 관한 몽상? 이었다.

몽상 (夢想) 은  꿈속의 생각이나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함을 뜻하는 말이고, 명상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몰입시켜 내면의 자아를 확립하거나 종교 수행을 위한 정신집중을 널리 일컫는 말이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따라서  역시 이 책은 명상이 아닌 몽상이 맞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또한 몽상을 넘어선 명상이기도 하다. 몸과의 밀어를 어떻게 이렇게 심오한 글자들로 표현해 낼 수 있는지 경이롭다. 한번 읽고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과, 생각날 때마다 들춰보고 싶다는 두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그의 글을 읽어나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며, 너무나 현학적인 단어와 에로틱하고도 원초적인 직설들이 많다. 그러나, 그 직설 안에 또 다른 은유가 숨어 있음도 부인하지 못한다. 정신과 육체를 따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 큰 비중을 두고 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읽기 힘들고, 난해한 만큼 몸과의 밀어를 통해 새로운 정신의 세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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