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세월이 가면
곽의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순전히, 섬기행과 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만으로 선택했던 책이다.

섬에서 살았던 내 청춘의 날들이 은연중 그리워서였고, 언제든 다시 섬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늘 남아 있기 때문에 바다, 특히 섬 이야기는 나에게 항상 설렘을 준다. 아버지에 대해서도 난 여전히 가슴에 돌덩어리 같은 그 무엇인가를 걷어내지 못하고 산다. 그것이 그리움인지, 후회인지, 원망인지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난 여전히 그 그늘에서 살고 있음을 느낀다.


훨훨 글이나 쓰며 살기 위해 고향에 토방 하나 짓고 내려와 사는 저자 곽의진은, 어느 날 갑자기, 뜻하지 아니하게 돌아가실 날만 기다리는 아버지, 곽학암, 일명 ‘학바우’씨와 함께 살게 된다. 오빠들이 있지만, 아버지가 원하셨기에 고향에 살고 있는 막내인 저자가 할 수 없이, 말 그대로 할 수 없이 아버지를 모시고 살게 된 것이다. 한 세기를 다 살아오신 아버지와 역시 반세기도 훌쩍 넘겨버린 딸과의 삶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는 것을  살아보지 않아도 짐작할 만 하다.  새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어 했던 저자에게는 정말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 얼마동안은 아버지를 아주 귀찮아 했고, 싸우기도 했고, 미워도 했고, 가끔 구박도 했고,  이내 돌아가시려니 생각도 했고, 그러다가 다시 사랑하기도 했다는 곽의진의 고백은 참 인간적이다.


 전남일보 섬기행 연재와 섞여 이 책은 뭉클하고, 한없이 살랑거리기도 하며, 또한 말도 못하게 인간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부모자식간의 인연으로 살면서 우리가 정녕 저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행간에서 찾아 읽는 감동도 크다. 부담은 작게, 그러나 감동은 크게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도 섬기행이나 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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