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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신 자유주의 시대, 복지정책의 딜레마
아스비에른 발 지음, 남인복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속 시원 하다는 느낌이 컸다. 저자가 조목조목 짚어주는 이야기들이 이 시대의 흐름을 잘 이해하게 해 주었고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혹자는 어렵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신문을 읽는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읽다 보면 어느새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복지국가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해석을 내 놓기 위해 썼으며, 복지국가의 발달을 이해하려면 권력분석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자선의 차원에서 행해지던 복지가 보편적인 복지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민들은 각종 사고나 질병, 실업 등의 늪에서 보다 용이하게 빠져 나올 수 있게 된 것이 사실이다. 현대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복지를 순수한 복지차원이 아닌 효율성과 경제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하고 정책을 실행하는데, 공공지출과 보편적인 복지제도가 경제성장과 혁신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권력구조와 노동운동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복지국가를 탄생시킨 원동력 자체가 노동운동에 의한 것임을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라고 인식하고 있는 기업 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완화와 민영화, 그에 따른 구조조정, 혁신 등등 각종 현상으로 인해 이들이 불러온 경제위기와 복지국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맞춰 사회를 재편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들이라고 한다. 결국 신자유주의자들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관계에 의해 복지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문제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양극화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과 교육, 일 등 분야마다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교육 시스템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어느 때보다도 더 체계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사회 집단에 따라 평균수명도 차이가 더 커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공세가 시작된 1980년 이후로 빈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P.34)
‘ 이 시대에(신자유주의 시대) 자본통제의 철폐와 시장의 규제완화, 민영화, 민간위탁, 공공부문의 시장 지향, 아웃소싱, 역외 아웃소싱, 근로조건 악화, 학교와 사회에서 배제되는 인구의 증가 등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런 것들이 복지국가에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p.39)
복지국가를 평가할 때 공공예산 중에서 복지로 할당된 자원과, 공공부문이나 시장을 통해 제공되는 복지가 어느 정도인지가 평가에 포함되고, 나아가서 자원뿐만 아니라 복지의 품질, 복지의 접근성, 복지의 조직화 등도 그 평가에 포함되고 있다. 이는 진정한 복지국가는 양과 질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복지제도가 시행되는 국가여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복지국가는 이러한 바람대로 흐르고 있는가? 세계는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 바뀌고, 더불어 경제는 ‘광기의 경제’로 불릴 만큼 위협적이 되었다. 노동운동도 신자유주의가 퍼붓는 공세에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거대 기업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 그들의 자본을 뿌리고 그 이윤을 확실하게 챙기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강압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게 하고, 또 다른 기업을 합병시키고, 심지어는 천연자원까지도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도 부족하여 이제 민간자본은 공공부문까지 그 세력을 넓히고 있다. 수도, 에너지, 운송, 우편, 전기통신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복지국가의 마지막 보루라고도 볼 수 있는 건강과 교육, 사회복지, 연금 등이 역시 민간자본이 넘보고 있는 것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신자유주의가 이 세계를 어떻게 몰아가고 있는가에 주목 한다.
특히 복지국가에 위협을 주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짚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노동조합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세계화라는 거창한 명분하에 자행되는 온갖 정책들이 마침내는 이 세계를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한다는 경고로도 읽혀진다.
복지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해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세계화라는 흐름에 편승하는 정책을 당리당략에 의해 내세우기 보다는,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하고, 진정한 복지국가로 태어나기 위해 권력층의 이익을 바탕에 둔 정책을 과감히 벗어던지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이 책은 정작 각종 복지정책들을 만들어 내는, 소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깊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을 핵심 있게 정리해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