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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드립니다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ㅣ 미래의 고전 2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너도 하늘말나리야>라는 책을 통해 이금이 작가를 만난 지가 언제였던가?
그 글들이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얘기도 바람결에 전해들은 듯한데, 그녀의 신작 단편동화집 <사료를 드립니다>가 나에게 왔다. 그녀의 글들은 읽어보지 않아도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열 셋, 이제 중학생이 되는 둘째 아이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니 동화 속 이야기들이 남 얘기 같지가 않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빠르다.
성장속도도 그렇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말 하는 것도 그렇고, 배우는 것도 그렇고, 행동하는 것도 우리가 자랄 때보다 한참이나 빠르고 세련되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작가는 요즘의 이런 아이들의 마음과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다섯 편의 동화 속에 어쩌면 그렇게 콕콕 잘도 짚어서 풀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조폭모녀, 건조주의보, 몰래카메라, 이상한 숙제, 사료를 드립니다‘, 이 작품들 속에는 요즘 아이들의 갈등과 바람과, 환상,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관계 맺고 헤어지는 것에 대한 사랑과 아픔들이 잔잔히 스며들어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하려고 하는 엄마와의 갈등을 겪는 이야기 ‘조폭모녀’에서는, 엄마에 대해 불만을 가지면서도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엄마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는 딸의 마음성장이 그려져 있다. ‘건조주의보’에서는 가족 간에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사는 현실을 잘 그려 보이고 있는데, 안구건조증인 누나와 구강건조증인 엄마, 피부건조증인 아빠와의 사이에서 주인공인 ‘나’는 여러 가지 소외감을 느끼고 산다. 자기도 무슨 건조증이라도 좋으니 건조증에 걸려서 한 가족임을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코믹하면서도 싸아 하게 나타나 있다. ‘몰래카메라’에서는 선한 일을 하면서 은근히 이것이 몰래카메라의 설정이기를 기대하는 아이의 마음과 행동이 결국에는 마법주머니에 대한 환상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홀가분해 지고 마음 안에 진짜로 요술주머니라도 얻은 것처럼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상한 숙제’에서는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오라는 이상한 숙제를 받은 아이들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펴보게 되는데, 버스에서 만난 바보 같아 보이던 사람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것을 느낀다는 얘기다. 결국 아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진실로 아름다운 것들을 구별해 낼 줄 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료를 드립니다’에서는 십년이 넘도록 함께 해 온 애견 장군이와 장우의 이별과 사랑이 담긴 내용인데, 유학 때문에 할 수 없이 장군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장우는 오랜만에 귀국하여 그 집에 찾아가게 되는데, 나를 떠나 외롭고, 아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장군이가 벌써 누군가(새로 만난 아이들)와 관계 맺기를 통해, 그들에게 의지가 되고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음을 보고 쓸쓸한 마음대신 사랑의 마음을 놓아두고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120페이지 정도 되는 이 책은 맘먹고 앉아 한시간정도 읽으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엄마, 아빠가 된 우리 어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고 아이들에게는 큰 사랑과 관심을 베풀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