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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 인문학의 연금술사 등으로 불리는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詩읽기⌟는 참 맛있는 책이다.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 쓴 책이라고 해서 다소 딱딱한 글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선입견이었을 뿐, 부드럽고 향기로운 에피타이저를 먹으며 정찬을 시작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詩가 무엇인지에 대해, 리쾨르의 <해석학적 은유 이론>을 들어 이해하기 쉽게 규정해 주었다. 시인은 은유(=시)를 통해 이 세계를 독자에게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독자는 그러한 시를 ‘은유적으로 봄’으로써 시인이 열어준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확장하여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또한 작가는 은유가 가진 힘의 원천이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석을 골라내듯 쏙쏙 골라내서 우리 눈 앞에 수를 놓아주었다.
詩란 그저 어려운 것, 권위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쉽게 오해해 버리는 사람들을 향해 이 책은 ‘방긋 웃으며’ 그것이 아니라고 얘기해 준다.
특히,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부추기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삶의 태도를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시 한편 한편을 통하여 섬세하게 짚어 주었다. ‘자기계발이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근대적 구성주의 세계관에 은밀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통찰은 이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뒤 처지는 것 같이 불안하고, 그리하여 끊임없이 그 무엇인가를 찾아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나, 혹은 우리.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내 자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여겨진다. 시, 연애,사랑,그리고 이 사회와 세계를 향해 점진적으로 우리가 깨우치고 변화시켜 가야할 삶의 자세들을 속 시원하게 알려 준 김용규 작가에게 감사한다. 우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태적인 삶을 살 의무가 있다. 자기계발에 목숨 걸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이데거가 현대기술의 특성으로 꼽은 ‘몰아세움’과 ‘닦달’을 부디 우리 자신에게 들이대지 않기를 간절히 사모하자. 더 나은 세상이란 그림속의 떡이 아니다. 나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서 내 삶을 변화시키고,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미래를 가꾸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철학카페에서 시를 읽고 내가 얻어낸 결론은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