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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
에릭 J. 카셀 지음, 강신익 옮김 / 들녘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수전손택의 저서 <은유로서의 질병>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읽게 된 이 책은 나를 잠시 혼란에 빠지게 했다. 의료업무에 종사하는 까닭에 훨씬 더 관심있고 애정있게 읽었던 책들인데..뭔가 두 책에서는 다른 것을 주장하고 있는것처럼 보여졌기 때문이다.
수전손택은 말한다.'질병은 질병 그 자체이다'라고. 고대를 비롯해 숱한 문학작품속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심지어는 성서에서조차도 질병을 '특별한 그 무엇' 또는 자신의 죄악의 결과, 신의 분노 등으로 은유화시킨 예가 많은데, 그런것들로 인해 환자가 더 상처받고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단지 질병은 질병 그 자체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질병에 덧붙은 은유들로 인해 환자를 두 번 고통스럽게 하지 말라는 메세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반면, <고통~~~>이라는 책에서 임상의이자 의료윤리학교수인 에릭 J. 카셀은 질병에 대해 '하나의 실체'이상의 것이 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고 한다. 곧, 환자의 성격이나 생활환경,사회환경등 다각적이고 총체적인 부분들이 함께 버무려져 결국엔 질병으로까지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행위를 할 때에도 단순히 질병만을 치료하는 차원을 넘어서 환자에게 전인적인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역할을 가장 절실하게 해야 할 존재가 바로 의사들인 셈이다.
결국, 수전손택이 주장하는 바나, 에릭카셀이 주장하는 바가 한 길로 통한다고 본다. 너무나 과학적이고 기술적이며 차가운 의학의 발전과 의료계의 현실을 이제는 반성하고 좀 더 '인간'이라는 자체를 이해하며 '질병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의 의식전환을 해야 한다는 설득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럼으로써 '고통'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이루어내고,나아가 진정으로 환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전부분을 통하여 끊임없이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환자에 대한 치료는 의사 혼자만의 행위로 이루어질 수 있는것은 아니다. 의사, 환자자신, 가족,그리고 각 직종의 의료팀,거기에 종교의 힘등...총체적인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의사 뿐만 아니라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한가지 답답한 점이라면, 책 도처에 반복된 주장들이 약간은 어수선하게 깔려 있다는 점이다. 핵심을 말하기 위한 주변의 표현들이 너무 산만한 느낌을 준다..그러나 애교로 봐 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