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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쓰다
나태주 시와그림, 김예원 글 / 시공사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표지에 적힌 것처럼 이 책은 '시인 나태주와 스물다섯 김예원이 그려낸 풋풋하고 아름다운 삶의 무늬들'이 수 놓아진 책이다. 우리들에게 아주아주 큰 위로가 되는 시인의 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풀꽃'이라는 시는 웬만하면 몇 번씩은 듣고 보았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시인의 시는 그 뿐만이 아니라 수 많은 다른 시들도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울컥함까지도 선물해 준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해석이 또 얼마나 다양한가에 대해 다시 알게 된 것이 큰 기쁨이다. 특히 스물다섯 김예원님의 청춘일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그 나이에 나는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던 것일까? 그녀의 시 읽기가, 그녀의 청춘일기가 진심으로 아름답고도 부럽다. 늦은 감이 아주 많지만 나 역시 나태주시인의 시를 통해 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한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1993년에 입사하여 아직도 근무중이니 3년만 더 근무하면 30년이 되는 곳이다.
입사동기였던 동료들이 아직도 몇 남아 있는데, 나이는 모두 나보다 어리지만 친구같고 가족같고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이들이다. 우린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한다. "네가 있어 좋아", "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냥 좋아", "생각만 해도 든든하고 웃음이 나와", "우리 오래오래 같이 일하자"등등의 말들 말이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며 함께 웃고 울며 살아온 시간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주었나 보다. 가슴이 벅차다. 그런 동료들이 내게 있음이. 더불어 나도 동료들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그냥 곁에 있어도 좋은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 본다.

이 시편 역시 위에 적은 글과 같은 맥락으로 읽었다. 우리 서로에게 지구가 되어 주는 사람이자. 오래오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시절부터 지금까지, 돌아보면 나에게도 세상의 반대쪽으로 돌아 앉고 싶은 날, 모두에게서 차라리 잊혀지고 싶었던 날, 목 놓아 울고 싶었던 날, 그렇게 또 울었던 날, 숲 속으로 들어가 차라리 길을 잃어 버리고 싶었던 날들, 멀리멀리 걸어가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날들.....그런 날들도 숱하게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받쳐주고 토닥여주며 위로하고 함께 곁을 주고 사랑을 주었던 사람들, 그리고 사물들. 나를 지켜주었던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감사하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 한 일은 세 딸들의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또 세상에서 내가 가장 하기 어려운 일도 바로 '부모 노릇' 하는 것이다. 낳아준 단계는 지났고, 길러주고 가르쳐 주는 단계이니 여전히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는 시간이라고 하겠다. 부모 노릇 참, 벅차다. 그러나, 그만큼 귀하고 감사한 노릇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참 따뜻한 책을 읽었다. 스물 다섯이라는데 어찌 그리 생각도 깊고 글도 잘 쓰는지 참으로 탐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