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싱클레어와 함께 만난 데미안


20대 청춘에 만났던 데미안을 오십 중반이 되어 다시 만났다. 나름 열정이 가득했던 그 시절, 데미안의 한구절한구절을 신열을 앓듯 마음에 새겼던 기억이 새롭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고 알을 깨고 나온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가는데,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한 나의 스무살 시절 몸부림들이 다시 생각해봐도 그립고 아름답다.

지나 간 시절은 모두 아름다운 것이라는 명제를 앞서 진실로 그립고 아름다운 시절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삶을 살고 있는지, 그건 솔직히 자신할 수가 없지만 스스로 자기의 내면과 마주하며 고독한 시간을 치열하게 보냈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대견하기까지 하다.

내 안의 아프락사스와 마주하며 이겨 낸 시간들도 소중하게 여겨진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알을 깨고 나와서 만났던 세계는 신세계였던가? 아니면 아직도 여전히 나는 그 껍질을 깨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싱클레어의 자아찾기 또는 싱클레어의 성장기라고 이름 붙이면 좋을 책, 헤르만 헤세의 소설이라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한 사람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것처럼 읽힌다. 그가 만난 운명적인 사람이 바로 데미안이다. 이 책은 1919년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헤르만 헤세가 발표한 소설로 제1차 세계대전중에 나왔는데, 소설의 주인공인 싱클레어와 데미안도 전쟁에 참여한다. 싱클레어는 부상을 입고 데미안은 결국 죽게되는데......


부모가 만들어 준 밝은 세계가 주는 안락함과 따뜻함과 부드러움 속에서 살던 싱클레어는 그 반대의 세계, 거칠고 어두운 세계에 대한 끈질긴 호기심과 발길을 멈추지 못하며 산다. 그러던 중 결정적으로 전학을 온 친구 데미안을 만나면서 자신의 내면의 꿈과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며 침잠해 들어간다. 여기에서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자아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작가가 만들어 낸 이상적인 존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간은 완벽하게 성선설에 속하지도 않고, 또 완벽하게 성악설에 속하지도 않는, 한마디로 그 사이를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존재라고 생각할 때 그들이 고뇌했던 신, 아프락사스에 대해서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락사스는 머리가 수탉 모양이고 몸은 인간의 모습이며 다리는 뱀의 모습인 신으로 모든 정령을 관할하는 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통파 기독교에서는 사악한 물질 세계를 탄생시킨 존재로 보며 악마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를 찾아 만난 사람이라면 아프락사스에 대해서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된다.


자아, 나를 찾아가는 길이 나이에 따라 멈출 수는 없는 길이듯 현재 자기 생의 도상에 있는 모든 이들은 결코 멈추지 않고 나아갈 길이니, 한 번 쯤 싱클레어가 만난 데미안과도 같은 존재를 우리도 만나고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모르고 무심히 지나쳐 보내 버리는 안타까움을 갖지 않도록 두 눈 크게 뜨고 나를 들여다 보고 내 곁을 살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곳에 우리의 데미안이 빙긋 웃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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