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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아주 따듯한 떨림
김인숙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9월
평점 :
사오싱은 한마디로 ‘역사로 범벅되어 있는 도시’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사오싱에 대한 저자의 지극한 사랑이 범벅되어 있기도 하다.
사오싱에는 만 개가 넘는 다리가 있다고 한다. 그 많은 다리들로 인해 사오싱은 일만교의 도시로도 불린다. 오보일등, 십보일과라는 말은 다섯 걸음 안에 다리를 만나고, 열 걸음 안에 다리를 건넌다는 말인데, 바로 사오싱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기도 할 것이다. 다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물도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저자의 말처럼 사오싱은 물과 다리의 도시라고 이해하고 알아두는 것이 참 낭만적일 것이다. 언젠가 꼭 찾아가 보고 싶은 도시로 우리 마음에도 새겨 질 만한 그런 도시, 사오싱을 기억하자. 저자가 무슨 연유로 중국에서 살았었는지는 몰라도, 그 덕분에 우리는 세세한 곳들을 역사적인 시선과 더불어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린다.
사오싱은 오월동주의 월나라의 성도였다고 한다. 이천 오백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사오싱, 그 월나라의 고읍은 물을 건너지 않고는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다. 유구한 역사를 안고 흐르는 중국에서는 100년이라는 세월도 너무 짧은 것이라니 그 깊이와 넓이와 오랜 역사에 그저 감탄만 할 수 밖에.
저자가 사오싱에 이끌린 이유는 그곳의 수 많은 다리들은 무섭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저자는 사오싱의 다리들은 운명보다는 일상을 건너는 다리들이라고 말한다. 나는 여기에 문학적인 다리를 추가하고 싶다. 사랑의 다리, 슬픔의 다리, 루쉰에게로 가는 다리, 아큐의 다리, 검은 연못의 다리, 흔들리지 않는 자들의 다리....등등에 얽힌 이야기들도 아주 흥미롭게 들려준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다루는 생각과 감성의 표현들은 참으로 풍성하고 아름다우며 흥미롭다. 중국의 역사에 관한 지식 또한 풍부하다. 얼마나 깊어져야 그만큼 될 수 있을까?
따라갈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얇지만 따듯한 이야기가 두런두런 들려오는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어느 따듯한 봄날, 마침내 사오싱의 아침을 만나고, 사오싱의 물길을 따라 일만교의 다리들을 건너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지금,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하다. 사오싱의 역사와 현재와 미래가 김인숙 작가를 통해 그 빛을 뿜어내고 있는 책, 중국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거대하고도 뿌리 깊은 나라, 솔직히 그곳에 나도 한 시절 살아봤으면 좋겠다.
저자의 추억속으로 흠뻑 빠져들어 함께 수다를 떨고 앉은 기분이 드는, 아주 맛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