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포츠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단순히 생각했던 로스트 타임, 정상적인 플레이외에 어떤 이유 때문에 지체된 시간을 의미하는 그 로스트 타임이 우리의 일상속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로스트 타임은 사법과 정치, 경제 등 우리의 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는 분야에서 그 상처와 후유증이 더욱 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로스트 타임은 지체된 시간일 뿐만 아니라 잊힌 시간, 묻힌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누군가에게 반드시 돌려줘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이 책의 작가 이규연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탐사저널리스트이다. 그가 30여년간 탐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사건들과 그에 대한 기록인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 현대사로 규정지어져도 무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던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강압에 의해서였건, 나태와 관성에 의해서였건 진실을 묻어버린 사건들의 이면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아프고 분노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외면해서는 안되는 책이기도 하다. 로스트 타임을 단지 상실의 시간이 아닌 회복의 시간으로 승화시키고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우리가 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고 가야 할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


구석구석 충격적이고 억울한 일들이 많았는데, 그 중 특히 더 분노가 일었던 사건은 조두순 사건이다. 그 사건 발생 6개월전에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일반 형법을 적용하여 기소되었다는 사실이다. 해당 검사가 그 법률 개정 자체를 몰라서 그랬다는 것이다. 더구나 만취상태라 심신미약을 적용해 12년형을 선고받았다. 무기징역도 가능했던 사건을 그렇게 어처구니 없이 마무리 짓고, 조두순은 곧 출소를 앞두고 있다.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하다.

 

또 다른 한 가지를 언급하자면 대구의 황산테러로 인해 결국 죽음에까지 이른 아이, ‘태완이 법으로 인해 살인 공소시효가 폐지되었다는 사실이다. 공소시효 존치의 근거중 하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범죄자가 형벌에 상응하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범행으로 인해 파괴된 질서가 회복했다는 것이고(이 또한 도무지 받아 들일 수 없는 근거다), 또 다른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 범죄의 진실을 밝혀줄 증거가 사라지거나 훼손된다는 범죄수사적 근거라고 한다. 범죄 관련 학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근거들로 끔찍한 살인에 대해 공소시효를 둔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자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적인 근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늦게라도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정작 그 법을 이끌어 낸 태완이는 법률 발효(법안처리가 늦어져서) 20일 전의 사건이라 공소시효 폐지 사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태완이 어머니는 지금도 뼈마디에서 뼈가 쏙 빠지는 고통을 겪고 있다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이라고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무력하다


이 외에도 박근혜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최순실 국정농단, 버닝썬 사건, 세월호 관련 사건등등 우리가 진정 알고 싶었지만 묻혀버린 부분들을 세세하게 짚어준다. 알게 되니 속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고통스럽기도 하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는 말을 뼈아프게 새겨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