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는 말했다. 밑줄 친 데가 하나도 없는, 읽으면서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 책을 최고의 소설이라고. 나에게도 그런 책이 한 권 있는데, 바로 《위대한 개츠비》이다. 작가의 말대로 나는 밑줄 그을 새도 없이 읽어나갔다. 내리막길에서 달려내려가며 내 의지대로 쉽게 멈춰지지 않는 다리처럼 독서를 멈출 수 없었다(좀 과장스러운 비유일까). 내게 책읽기의 강렬함을 일깨워준 책. 하지만 강렬했던 독서 경험은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 뒤로 나는 (안타깝게도!) 어떤 책을 읽어도 그러한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없었다. 많은 책들을 사고 빌렸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던 만큼의 몰입은커녕 눈으로 글자를 훑을 뿐이다. 나는 책과 나 사이에 “모종의 화학적 반응”(p.204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문학과 지성사)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지만, 좀처럼 그런 반응은 찾아들지 않는다. 기쁨에서 쾌락으로 치솟던 독서가 (읽기의)괴로움, 강박, 의무감으로 변해가고 있다. 아, 괴롭다. 언제쯤이면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던 그 강렬한 독서를 다시 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오라!! 문학이여!!!!! 


아, 저는 김석희씨가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열림원)를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개츠비 읽기에 실패하신 분들은 김석희씨가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를 추천합니다.


다 읽었는데 밑줄을 친 데가 하나도 없고, 그럼에도 사랑하게 되는 소설. 읽으면서 한 번도 멈춰 서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걸린 데가 없었다는 거죠. 그런데도 왠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것을 보았다는 느낌을 받는 거예요. 남에게 요약하거나 발췌하여 전달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그런 소설이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p.92


김영하, 《말하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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