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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ㅣ 서돌 직장인 멘토 시리즈
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 / 서돌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요점부터 간단히 추리자면, 아래에 쓴 유형들이 특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1. 이제 막 취업을 한 새내기 직장인
2. 평소에 요령있다는 말을 듣기보다 성격좋다는 말을 듣는 직장인
3. 일은 잘하는데 왠지 인정도 못받고 인복도 없다고 생각되는 직장인
나는 첫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이 책을 처음 잡았을 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소위 그저그런 처세서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골든룰로 점철된 챕터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작 읽어나가면서 나는 조금씩 머리가 띵하게 울려오기 시작했다. 우선, 골든룰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골든룰은 아니다. 이 책에 쓰여있는 것은 우리 돈줄을 쥐고있는 그들의 골든룰이다. 아 이럴수가, 내가 생각한 회사생활법과 그들이 원하는 생활법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면 이미 그 때부터는 책장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충격충격충격. 그러면서 납득까지 되는 이 묘한 모순.
우리는 지금껏 살면서 '이익을 위해 머리굴리는 짓'을 하지 않도록 은연중에 교육받는다. 물론 모두가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더 높은 연봉을 받기를 바라고 상사에게 사랑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말과 표정과 행위를 꾸미라고는 직접적으로 교육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방법을 전면부정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약삭빨라질 것'을 요구한다. 도대체, '잘나가고 싶지 않아?'라고 반문하면서 그런 방식을 제시해버리면 싫어도 내가 갖고 있던 욕망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욕망을 인정하고나면 그 뒤부터는 쉽다. 저자가 알려주는 회사의 속마음과 우선적으로 제시되는 가치관을 받아먹으면 된다. 그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행동이 따라간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건, 책에서 권하는 방법이 악독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가 권하는 것은 자신의 철저한 이미지관리로, 특히 가정과 일 양쪽을 다 잘해낼 수 있는 유능하고 낙천적이며 의지가 강한 직장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능력도 말만큼이나 좋아지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거듭 강조하건대, 내가 승진하기 위해 음습한 수를 쓰라든가 하는 이야기는 절대 없다. 나쁜 술수가 반향되어 돌아오는 리스크가 아예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책대로 노력해서 성공하고 안하고는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에 따랐다. 야망이 크고 성공지향적인 직장인이라면 한 번 사서 읽어보면서 승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워봄도 좋을 것이다. 물론 전부를 실천하긴 어렵다. 하지만 따라가려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샌가 주변의 불평투성이 직장인들보다 한발짝 더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책에는 평사원일 때 주의해야 할 점 이외에도 중간급 관리자가 된 이후에도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록 그 양은 평사원에 해당되는 내용이 더 많지만 그 이유는 아마 관리자급이 되고 나면 이미 평사원 레벨에서 닦아야 할 기술을 다 익혔을 거란 짐작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관리자급 내용에서는 앞의 내용과 겹치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 덕택에 중언부언 없이 깔끔히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장정 자체는 양장이 아닌 일반본이지만 그 때문에 더 가벼워서 갖고다니기 좋다. 종이질도 가벼운 편이고 글자 크기나 행간 등의 편집방식도 하루종일 계속된 근무에 지친 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시원스럽게 배치해서 읽기가 편하다. 가볍고 읽기 좋은 편집에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내용까지, 직장인들을 위한 처세서가 갖춰야 하는 미덕은 골고루 갖췄다. 좀 더 지혜롭게 커리어를 관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