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만도 못하다고?
조영권 지음 / Feel Tong(필통)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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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충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이 있는 사람에게 매우 강력히 추천함. 3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지만 그 중의 절반은 사진이다. 보통의 곤충도감에 나오는 차가운 사진이 아니라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크게 묻어나는 사진이라 대부분의 곤충을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도 매우 부드러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곤충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곤충 얘기를 바탕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읽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좋아하고 열중하는 것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창을 만들 수 있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초반에 나오는 남방노랑나비의 사진과 맨 마지막에 나오는 뿔나비의 사진이었다. 노랑나비는 볼 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생물이고 뿔나비의 사진은 어른벌레인 상태로 겨울을 나며 날개가 다 해어진 모습을 찍어서 보고 있노라니 처연했다.
  막 알에서 깨어난 새끼사마귀는 제 부모처럼 샐쭉한 눈을 하고 있지 않다. 동그란 까만 눈과 연노랑 반투명 집게다리가 귀엽다. 개미귀신이 명주잠자리가 되고 추위를 피해 어미 품 대신 조릿대 안으로 파고드는 애벌레가 있는 숲. 연못에선 소금쟁이가 우아하게 물에 뜨고 물여우 애벌레들이 모래집을 짓고 눕는다. 그리고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 묵묵히. 불평하지 않고.
  '벌레만도 못하다'니, 이젠 그런 말 쓰면 안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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