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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딩파워 - 한 마디만 달리 말해도 당신의 포스가 달라진다
송숙희 지음 / 다산라이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살다보면 순간순간 내가 처한 급박스러운 상황을 기민하게 조종할 줄 알아야 함을 깨닫는다. 가까운 지인끼리 난데없이 다툼이 나서 급히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거나,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완고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거나. 혹은, 나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는 직장 상사에게 자기변호를 해야 하는 난감하고도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생각은 당장 느끼는 당혹감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내 능력 중 어떤 점을 최대로 살려야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짧은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말솜씨였다. 내 외모나 재력, 혹은 내가 가진 어떠한 종류의-사회적, 혹은 심리적- 권력보다도 내가 가진 말솜씨가 얼마나 뛰어나느냐가 언제나 상황해결에 있어 가장 큰 열쇠가 된다. 아니, 이 열쇠가 그 자리에서의 가장 큰 권력을 나에게 쥐어주는 것이다.
듣는 이가 내 이야기에 마음을 뺏기게 하려면 빈틈없는 '말단장'이 필요하다. 고로, 말솜씨의 기본요건이라 하면, 단순한 달변과 미사여구가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게끔 정치적으로 모든 어휘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우선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앞에 앉아있는 저 사람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말 한 마디를 구성하는 모든 단어는 계산적으로 재배치된다. 듣는 상대의 무의식까지 지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송숙희가 2008년 펴낸 『워딩파워』는 그러한 말솜씨 훈련을 위한 실전서다.
『워딩파워』는 기업인과 정치인 등, 다수의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해야 할 상황이 잦은 사람들을 주 독자층으로 잡아 자신의 가치관을 한 번에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빅 메시지' 작성의 필요성, 궁지에 몰렸을 때 효과적으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단어선택 등등, 다양한 말하기 기술을 제시한다. 또한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명사들의 효과적이고 다양한 워딩을 실례로 실어놓아 실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말을 고르고 입 밖에 내어야 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돋보인다. 다만, 저자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체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책의 기저에 깔아놓고 있기 때문에 임기응변에 통하는 화법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신의 긍정적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는 화법 위주로 책이 구성된다는 것을 미래의 독자들이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
우리가 말로써 구사할 수 있을 기본기와 필살기를 책 한 권으로 모두 어우르고 있다는 점, 지금까지 이러한 화법을 구체적으로 조언한 사람은 없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 책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내실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읽어본 관련 서적 중에서도 단연 우위를 점한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도, 책에서 제시하는 비결이 결코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과 많이 겹쳐서 필자에게는 생각보다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갖는 가치가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평소 말실수가 잦거나 눌변인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큰 지원군이 되리라 본다. 특히 여러 사람과 어울려 일해야 하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얻을 필요가 있는 직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얻은 비결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훌륭한 말솜씨'의 요건인 미사여구나 고사(故事)는 이 책에서 얻을 수 없지만 말과 옛 일을 효과적으로 엮는 방법은 넉넉히 얻어갈 수 있다. 물고기보다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또한 무겁지 않은 몸뚱이에 눈이 쉬어가기 넉넉한 행간까지, 모처럼 제 돈 주고 사서 보아도 됨직한 자기계발서로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