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꼭 알아야 할 모든 것
정영희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2030 여성을 타겟으로 요새 물밀 듯이 쏟아져나오는 비슷비슷한 자기계발서 (나쁘게 말하면 처세서)의 일종이다. 이야기를 섹션 별로 잘 나누어놓았다는 것이 다른 책들보다 특화된 점일 뿐, 기존에 한 번씩 크게 히트를 쳤던 책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언제나 알파벳 이니셜로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의 친구들이라거나,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고나면 '어째, 생각보다 좀 허전하다...?'하는 생각이 든다거나 하는 점들이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을 추천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독자층을 제한해야만 하겠다. 기존에 이미 열심히 살고 있는 분들은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없이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사시면 된다. 그리고 굳이 열심히 살지는 않지만 '열심히 살고싶다'는 열정으로 자기계발서를 찾아다니며 섭렵하시는 분들께는 굳이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다. 혹시 친구가 샀거든, 빌려보시라. 그만큼 고만고만한 내용이라 굳이 자기 돈을 주고 '더 사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이미 이런 책을 많이 산 분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거나, 요즘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블로우 때문에 심신이 지친 분들에게라면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해드려도 괜찮을 것 같다. 처음 접하는 이 분야의 책으로 크게 손색없는 구성이고, 내용이 허허롭게 비어있지도 않다. (읽어보면 다 한번씩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다른 책에도 비슷한 얘기가 많아서 그렇지...) 그리고, 자기계발서의 특징인 '읽다보면 나도 왠지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는 점을 그대로 이 책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지친 분,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하고 매일 친구에게 푸념을 늘어놓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런 사람을 친구로 둔 분께는 그 친구를 위한 선물용으로 크게 추천한다. 책을 선물하고 1주일쯤 지나면, 당신은 그 친구의 푸념으로부터 자연스럽고 바람직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 정도로 '약발'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 책이다.

  더 잘 살고 싶은 욕심에다 애살많은 성격까지 겹친 탓에, 나는 다른 책을 읽다가도 이런 책이 눈에 보이면 한 두 권씩 사서 '염탐용'으로 보곤 했다.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들 사나. '선배'들이 볼 때 내 나이 또래 여자들은 지금부터 뭘 준비해야 앞으로 승산이 있는 걸까. 소위 히트작은 다 읽어본 지금에 와서는, 책을 읽기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책을 읽을 때는 책 속의 '이니셜 친구들'이 끌고 나오는 그들의 일화에 눈이 반짝 하기도 하고, '와 이 친구는 참 멋있는데?'라거나, '이 친구는 참 인생 피곤하게 사네?'라든가 하는 여러가지 교훈(혹은 반면교사)를 얻기도 하지만 그건 그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희열과 열정은 책장을 덮는 순간 그것으로 끝이 나고 만다. 이것은 책의 잘못이 아니다. 읽는 사람의 잘못이다. 어떤 자기계발서를 읽든,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극단적인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이들도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처세서 류가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기 쉽지 않으니까.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는 그야말로 자신을 한 번 돌아보고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상태인지' 알아보는 용도로 쓰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읽다보면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왠지 와닿는 것도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통에 여기저기 포스트잇으로 표시도 해놓곤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비슷한 책들을 굳이 더 사서 읽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한 책을 계속 보면서 맨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반추해본다든가 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터이지, 비슷비슷한 얘기를 다룬 책을 굳이 돈을 투자하면서 사들여 읽는 것은 그만큼 다른 데에 투자할 수 있는 그만큼의 재화를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니까 자신에게도 손해이다. 시간적으로도 손해이고. 게다가, 비슷한 자극을 계속 받으면 그 사람의 '자극에 대한 역치'가 올라가서 종국에는 어떤 자극을 받아도 꿈쩍도 안하게 되는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이 책도 마찬가지다. 다른 처세서를 가진 분들이라면 굳이 사지 않으셔도 된다. 그냥 기존에 사서 좋게 읽었던 책을 골라 한 번 더 읽으시라. 어차피 거기서 받는 자극이나 이 책으로 받는 자극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커리어 관리와 인맥관리, 외국어, 여우같은 연애방법...거기에 더해진 재테크에 대한 각성 촉구까지. '여자에 대해 할 얘기가 이 정도까지밖에 없는가' 싶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구성이다. (사실 이 분야의 모든 책이 그렇다.) 이거 한 권 더 읽기보다는, 차라리 여행기나 롤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의 자서전 등, 기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되는 다른 책을 더 읽는 게 결과적으로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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