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의 힘 100% 끌어올리기 - 일도, 공부도, 머리가 한다
쓰키야마 다카시 지음, 이민영 옮김 / 케이펍(KPub)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민망한 것을 잘 못참아하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유치한 감이 없잖아 있는『두뇌의 힘 100% 끌어올리기』라는 제목에 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문예춘추』에 실렸다는 추천사 덕분이었다. 게다가 지은이가 애매모호한 이력을 가진 기고가가 아니라 뇌(혹은 사람의 정신)를 전문으로 다루는 전문의라는 사실도 책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한 몫을 했고, 무엇보다 내 두뇌가 몇 년 전부터 '대뇌피질에 곰팡이가 낀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게 만들 정도로 삐걱거리며 간신히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손에 쥐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상사가 한 말을 다시 반복해서 물어야 하는 사람, 분명히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나중에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과 말을 맞추어보면 자신만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는 사람, 외웠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안 가 그만 잊어버리고 마는 사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 지금까지 그러한 자신의 성향을 단순히 '아, 나는 눈치가 없나보다. 요령이 없다. 머리가 나쁘다.'라고만 생각하고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정말 그러한 자신의 상태가 눈치가 없고 요령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실,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하고 어떠한 문제해결 자체에 대해서는 체념하다시피 했던 사람 중 하나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로는 적어도 '노력을 통해서 웬만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자인 쓰카야마 다카시는 책 속에서 그러한 고민거리들은 평소에 두뇌활성화에 짧은 시간을 꾸준히 투자함으로써 개선시킬 수 있다고 설파한다. 그는 우리의 사고처리를 전담하고 있는 전두엽을 튼튼하게 해주는 방법이라든가, 평소에 기억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활습관 등을 15 장의 '습관' 챕터를 통해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책 속에는 그가 실제 진료했던 환자들의 케이스도 간략하게 소개되기 때문에 읽다보면 "어, 그래, 내가 바로 이래!"라는 감탄사 아닌 감탄사를 외치게 될 수도 있겠다. 실제 케이스가 제시되기 때문에 그냥 이론적인 내용을 줄줄 늘어놓은 것보다 훨씬 더 마음에 와닿는 것이 많았으며 또한, 각 챕터가 짧고 간결하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한 챕터 한 챕터를 읽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내용은 전부 들어가 있다. 할 말을 다 하면서도 글을 간결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작가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이다.) 실제로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짧은 시간에 꼬박꼬박 한 챕터씩 읽었으며 다 읽고 난 뒤엔 다음날 아침부터 뭘 시도하면 좋을지를 따로 정리해보곤 했다. 그것이 생각 외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믿는다. 아침마다 반복적으로 저질렀던 실수가 많이 줄었고, 아직 버겁기는 하지만 생각의 끈을 놓치지 않고 계속 손끝에 쥐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버릇이 든 것 같다. 꾸준히 이런 연습을 지속한다면 지금처럼 '사고뭉치'라는 직장 내에서의 나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는 더 좋게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다.

  게으르거나 잦은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라는 식의 자기계발서만 주어졌다면, 쓰카야마 다카시는 그들에게 좀 더 과학적이고 권위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류의 마음가짐으로는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신년 첫날에 금연을 결심하고 1주일 후에 다시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 가는 많은 남자들처럼,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얼마 안 가 밤참으로 치킨을 시켜먹는 많은 여자들처럼, 단지 굳은 마음가짐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아니다. 게다가 자신에게 '굳은 마음가짐'의 유효기간이 그렇게 긴 편도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금연을 하면서 니코틴 패치를 병용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헬스장에 매일 가서 운동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굳은 두뇌를 푸는 데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자기반성만으로는 부족할 지도 모르겠다. 전문의가 권해주는 일상 속의 두뇌운동, 우리가 뻣뻣한 근육을 풀기 위해 스파에 가서 마사지를 받듯, 이 책 한 권으로 우리의 굳은 두뇌에 활력을 넣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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