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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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어떠한가? 또, 당신이 미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되나? 이와 같은 질문에 흔히 나오는 우리의 대답은 대부분 다음과 같다. 세계 1위의 초강대국이며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나라, 자유분방하며 물자가 풍부하고 가끔 총기사고가 일어나긴 하지만 다들 한 번씩은 가서 살아보고 싶은 나라라고.

  그렇다면 당신이 미국의 바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버지의 벚나무를 자른 조지 워싱턴의 일화,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점, 남북전쟁이 있었고 그 기저에는 흑백 간의 심각한 인종차별이 있었다는 점...그리고는? 떠오르는 것이 더는 없지 않은가? 미국은 언제나 그렇게 무난하고 좋은 나라였던가?

  사실 이런 질문에는 미국인이더라도 바로 대답하기 쉽지 않다. 그들이 (혹은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얻는 부정적인 미국의 이미지보다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여러 매스미디어는 미국의 뒷모습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상대적으로 게으르고 따라서 우리네 일반 대중들은 멀끔한 그 앞모습만을 기억하게 된다. 그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면모들은 여러 가지 교묘한 수법으로 인해-미국과 관련한 중대한 사안이 발발했을 때,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다른 뉴스거리에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한다든가- 대중의 기억 속에서 손쉽게 소거되는데, 이것이 가장 심하게 자행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역사가 아닌가 한다. 사람들은 역사분야에 큰 관심도 없을 뿐더러 이 분야의 화젯거리가 굳이 인구에 회자될 만큼의 유행성은 없기 때문이다. 은폐라고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사 속의 부끄러운 모습들은 너무 손쉽게 잊혀지고 지워져버리고 만다.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의 저자인 하워드 진은 그러한 분위기의 흐름을 책 한 권으로 어느 정도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원래 이 책은 그가 이전에 썼던 『미국민중사』를 젊은 층이 읽기 쉽게 개작한 것으로, 개작하면서 최근의 '역사'인 조지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전쟁까지 책 뒷부분에 덧붙였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서술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판하고 있는 것이 미국 자체가 아닌 미국의 정권이라는 점이다. 건국 이전, 처음으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디면서 자행한 살육부터 시작하여, 미국에 사는 사람들 중 소위 권력층, 엘리트 계급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라를 끌고 갔던 증거들을 세세히 찾아내어 책 안에서 속속들이 밝혀놓고 있다. 두리뭉실한 서술법이 아닌 직접적이고 이성적인 화법, 같이 실린 그 당시의 사진들이 그 때의 현장감을 읽는 사람에게 부족함 없이 전해준다. 자신의 국가에 대해 흠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시각이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시각이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은 그보다도 책을 읽고 있는 우리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이 책을 읽으면 기존에 품고 있던 막연하고 좋았던 이미지를 자발적으로 버려야 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게 되는데, 그 때 그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책을 읽다보면 '의외로 흔들림없는' 저자의 대쪽같은 면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1922년생이라는 그의 나이만큼이나 그의 시선은 굳세고 차갑다. 그의 꼬장꼬장한 태도가 결국 이 책을 손에 잡은 한 사람의 사고관을 뿌리채 흔들어놓는다.

  미국이 저 어디 남미 중 어느 한 나라만큼이나 우리나라와 관련이 없는 국가라면 좋았겠지만, 불행하게도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계 탑클래스 '미스터 강대국'은 샴 쌍둥이마냥 우리 나라의 앞날에 크게 관여를 하고 있다. 그가 갖는 영향력 때문에 우리나라의 언론매체도 미국에 관련된 방송을 할 때 그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방송매체로 접한 미국의 이미지만을 전부로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해주고 싶다. 비록 '역사'를 다룬 책이라 지금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 않느냐고 반문할 지는 모르겠지만, '천성은 어디 못간다'고 하지 않던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일관적인 태도로 몇백 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온 미국 정부에 대해 알아가는 데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 나라의 좋은 점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추한 모습도 같이 알아두자. 그 뒤로, 미국에 대한 호불호를 가르는 것은 독자 자신의 몫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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