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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젊음에게 - 우리가 가져야 할 일과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
구본형 지음 / 청림출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으로 취직이 결정된 날, 아버지에게서 들은 첫 마디는 "생각보다 버티기 어려울 거다. 꾹 참고 해라."였다.
일을 시작한 지 두 달을 채운 오늘, 아버지의 말씀이 옳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공부할 때 실수가 있었으면 내 학점에서 깎이고 말지만, 일에서의 잦은 실수는 내가 아닌 남이 피해를 본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조절하는 게 참 어렵다는 것...항상 덜렁대고 시야도 짧고 관심분야 외에는 굳이 다른 집단을 찾아가서 융화되려고 노력을 해 본 적도 없는 터라 첫 달에도, 또 지금에도 나는 엄청나게 쓴 고생을 하고 있다. 나이 들어서까지 고생하느니 지금 몰아서 고생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버티고 있지만 가끔 누군가가 옆에서 잘하고 있다고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난히 힘들었던 날, 사수가 불러내어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주면서 툭 두드려주고 가는 그런 두드림 말이다.
구본형의 『세월이 젊음에게』는 갑자기 무거워진 어깨에 자세를 추스리기 바쁜 새내기 사회인들에게, 또 우리 젊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해주는 그러한 토닥거림이었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문학 마냥 전해지는 멘토링이 아버지의 사랑을 담아 책장 사이사이에 녹아들어간 책,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에게서 들을 수 없던 말, 물어보고 싶었지만 사고뭉치 딱지가 붙어버린 탓에 직장 선배들 어느 한 사람에게도 직접 물어보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이 책 한 권에서 오롯이 만날 수 있었다.
책의 내용 자체는 우리가 흔히 들어서 알고 있는 우화라든가 짧은 에피소드를 인용한 부분이 많아서 언뜻 보기엔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직장생활을 잘 하기 위한 구체적인 팁이라기보다는 약간 막연한 느낌이 드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어떤 큰 팁을 바라고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아마 실망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막 입사를 해서 갈피를 못잡고 헤매고 있는 사람이나 이렇다 할 멘토를 아직 찾지 못해서 캄캄한 터널을 헤매는 기분으로 매일매일의 사회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에게라면 이 책이 건네는 짧은 조언들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막연하고, 또 당장 써먹을 데 없는 조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것을 자신의 몸과 마음에 일체화시키면 그 상태로 10년, 20년을 보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너지는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일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밥줄인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 어떤 사회인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것을 선으로 두고 후로 두어야 하는가 하는 점은 생각하기는 쉽지만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해보기는 어렵다. 이 책은 이에 관한 이야기를 관련 일화와 같이 계속 들려주며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직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올바른 개인만의 가치관을 미리 만들어두기를 권한다. 대충대충 살아갈 작정으로 직장에 들어온 것이 아닌 이상, 구본형 씨의 그러한 이야기들은 신출내기들이 일정에 쫓겨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점들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트여준다.
서문을 읽어보니 취직을 하게 된 당신의 딸을 위해 쓴 이 책이 남의 집 딸 어깨도 두드려주게 될 것이라는 것은...아마 알고 계셨을게다. (폭발적인 인세를 슬쩍 생각해 보셨다고 하니 말이다.) 비록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직접적이고도 놀라운 일들이 내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알게 모르게 작은 파문을 준다. 그 파문이 점점 크게 자라나 그 호수를 크게 출렁이게 하느냐, 작은 파문 하나로 스러지게 되느냐는 전적으로 읽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뻔한 이야기라고 단정짓지 말고 마음을 열고 읽어라.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더라도, 미친 척 하고 한 번 시도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상적인' 이야기가 계속 우리 앞에 제시되는 것은 그 이야기가 가장 원칙적이고 올바르며 권장할 만한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