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꾼 프랭클린 플래너 - 프랭클린 플래너 파워 유저들이 들려주는
한국성과향상센터 지음 / 바다출판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플래너 유저를 위한 새 책이 나왔다. 자, 무엇부터 말해야 할까.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근 5년 간, 프랭클린 플래너를 써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책을 읽을 때 갖게 되는 마음가짐이 항상 둘로 갈린다. 이번에도 허탕치게 될 것인가. 혹은 쏠쏠한 정보 하나쯤은 건질 수 있게 될 것인가 하는 그 두 가지로 말이다.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물건이 쉽게 덥석 사서 쓸 만큼 만만한 가격대의 물건도 아니고, 가치니 사명이니 하는 전문용어와 드넓은 목표설정 및 메모공간으로부터 받게 되는 심리적 압박도 만만치 않은 터라 그런지, 주변에서 이 물건 하나 사서 쓰고 있다는 사람 찾기 어렵고 몇년 째 꾸준히 쓰고 있다는 소위 '고수'를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 말하자면, '팁' 얻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다. 내년이면 유저 인생 6년차, 소위 '꺾인다'는 햇수에 접어드는데도 아직 내 눈에는 플래너가 '보이지' 않는다. 뭔가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핵심공략법이 있을 것만 같은데 그게 보일 듯, 보일 듯 하면서 보이지를 않으니...이건 뭐 20년 전, 유리창 틈으로 여탕 훔쳐보는 사춘기 남학생도 아니고...포기하기도 뭣하고 확 '보여주세요!!'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이 심정은 똑같이 플래너를 대하면서 한두 번쯤 좌절해본 사람만 알리라. 보여달라고 하고 싶어도 아, 주변에 고수가 있어야 보여달라고 조를 것 아닌가.

  때문에, 서점 책꽂이에서 플래너를 다룬 책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목차라도 훑어보는 편인데, 그 때마다 살아있는 실례를 보기보다는 스티븐 코비 스타일의, '이론에 치중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플래너 관련 서적들에 대한 솔직한 내 평이다. 오랜 기간 동안 이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명언으로 축약되는 심리상태를 유지한 덕택에,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싶다.

앞부분은 '역시나' 싶은 플래너 입문용 가이드라는 느낌이었지만, 뒷부분에 나오는 실제 유저들의 이야기에서는 얻을 만한 쏠쏠한 팁이 이것저것 있어서, '그래, 내가 원하던 게 이거라니까!' 하고 실실대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사용 팁은 원래 혼자 생각해내긴 어려워도, 남이 쓰는 법을 눈여겨보면 금세 자기만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법이니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정보를 얻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번 책에서는 그런 점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 것 같아서, 책값을 날리진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다만 너무 맛만 보여준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어서, 다음 번 책에는 그 점이 좀 더 보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잊을 만할 때쯤이면 이렇게 플래너를 소개하는 책을 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제 입문용 가이드북보다는 실제 유저들을 위한 책을 더 내주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한다. '플래너 이렇게 이용하면 백전백승(?)' 이라든가 하는 제목을 달아서,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용팁만을 본격적으로 다룬다든가 하는 그런 책 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플래너에 대한 인식을 들어보면 '비싼데 오래 쓰긴 어려운 물건'이라든가 '정말 바쁘게 살지 않으면 살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인식이 퍼진 이유 중의 하나가 '정보부족'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내가 오바를 하는 걸까? 쓰기 어려운 물건, 오래 쓰기 힘든 물건...원래 그런 물건이면 플래너라는 것 자체가 이미 오래 전에 명맥이 끊겼어야 한다. 하지만 플래너 매니아도 있고 꾸준히 잘 쓰고 있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이 물건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싶은 그런 것은 아님이 분명할 게다. 문제는 정보의 흐름이다. 플래너를 잘 쓰는 사람은 욕심도 많고 꿈도 많은 지라 주로 바쁘게 산다. 때문에, 굳이 시간을 따로 내서 인터넷 유저 카페에 팁을 올려준다든가 하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하고 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회사 측에서 직접 점조직마냥 흩어진 '고수'들의 인터뷰를 따고 정보를 모아들여 책으로 제공해도 좋지 않을까?

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간에 실려있는 유명인사들의 인터뷰가 책의 컨셉을 맞추기 위해 약간 억지스럽게 들어간 부분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내용 자체야 문제가 없지만, 입문내용과 인터뷰와 사용팁이 들어가면서, 책의 색깔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색깔이 되어버렸다. 그 점이 좀 아쉬웠다. 다음 번에 책을 내줄 때는, 책의 컬러를 확실히 정해서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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