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심리학 - 인간관계가 행복해지는
이철우 / 더난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갖고 있는 가장 옛날 기억인 유치원 시절부터 이미 사람을 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상대가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사람과 마주하기만 하면 아주 막연한 불안감이 나를 감싸는 바람에 어떤 때는 바보같이 말 한 마디를 제대로 꺼내지 못한 적도 있었다. 물론 계속 그런 상태로 살 수는 없으므로 철이 든 이후부터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성격을 절차탁마했다. 보기 좋아 보이는 화법도 벤치마킹하고 스스로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는 방식으로 '어느 시점에서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지'를 몸에 익혀나가서, 지금은 일단 사회생활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스스로를 끌어올려놓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왜 그 어린 시절부터 사람 대하는 것이 어려웠을까?'에 대해서는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 어머니도 나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못했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막연하게나마 이번에 읽은 이 책 속에서 찾은 것 같다.  

  이 책, 이철우 씨가 쓴 『나를 위한 심리학』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소한 행동들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이면들을 뽑아낸다. 왜 우리가 시험 전날에 기를 써가며 책상정리를 해대는지, 왜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위기가 닥치면 그에게 살갑게 대하기보다 되려 무뚝뚝하게 굴게 되는지- 아무리 '안 그러고 싶다'고 생각해도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이런 '청개구리 식'의 행동들이 실은 '셀프 핸디캐핑'이라고 하는 심리학적 용어 하나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분위기가 안좋아지면 괜히 한 일도 없으면서 스스로 책임감을 느낀다거나,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말을 제대로 못꺼내고 식은땀만 흘리는 경우는 대개 '공적 자기의식'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길든 짧든 인생을 살다보면, 주변에서 흔하게 보더라도 정작 그 안에 무슨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는 미처 모른 채 그냥 흘려보내게 되는 자잘한 사건들이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렇게 우리가 놓치곤 하는 작은 행동들이 갖는 무의식적 근거를 낱낱이 끄집어내어 우리 눈 앞에 좌판처럼 벌여준다. 때문에 읽다보면 '아, 이게 그렇기 때문이었어?' 라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일도 종종 있다. 또한 그렇게 알려주는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앞에서 상대가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가지고 이 사람의 속내가 무엇인지 좀 더 수월하게 알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편적인 행위 속에 담긴 자잘한 지식만을 전달해주는 것은 아니다. 책의 초반에는 사람의 성격을 큰 범주로 나누어 놓고, 각 범주에 속한 사람이 평소에 살면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또는 어떤 점에 주로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서술해놓았다. 나처럼 대인관계가 어려운 사람은 주로 '공적 자기의식'이 높기 때문이란다. 좀 더 어깨에 든 힘을 빼고 남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반대로, 평소에 너무 멋대로 굴어서 눈밖에 난 상태였던 어느 밉상인 후배는 남 생각은 안하고 자기만 챙기려 드는, '사적 자기의식'이 충만한 상태였다. 이 친구는 좀 더 남을 배려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그 간단한 방법으로 거울을 자주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해서 보는 버릇이 길러지기 때문이란다. 공적 자기의식이 높은 것도, 사적 자기의식이 높은 것도, 어느 한 쪽이 딱 바람직한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새삼스레,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책에는 주로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지배욕구'라든가, 평소에 왠지 모르게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반사회성' 등등에 대한 내용들이, 간단하게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위험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짧은 테스트와 함께 나오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엔 '설마 나는 안그렇겠지' 하며 테스트에 임해도 생각보다 점수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게다. 그만큼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모습과 실제의 자기 모습에 갭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같은데…'라고 생각하며 테스트에 임했다가 가슴 철렁한 적이 있었다. 아직 애인도 없는 미혼처자이므로, 혼삿길을 우려하여 어떤 테스트였는지는 밝히지 않으련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각 챕터의 끝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간단한 조언을 덧붙이는데, 처세서가 아닌만큼, 정말 '간단한' 수준에 그친다. 생각해보면 책을 읽는 사람은 많고 많은데, 저자의 한 가지 조언이 그 많은 독자에게 다 맞는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런 일반론적인 간단한 조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스스로를 걱정하며 이 책을 찾아읽을 정도로 평소에 절박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굳이 저자가 구체적인 조언을 하지 않아도 책을 읽으며 깨달은 내용을 토대로 해서 서투르나마 스스로 행동을 감행할 수 있을 테니 이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웬만한 신흥컬트종교의 교리서가 아닌 이상 어느 누가 '나'에 대해 꼭 집어 이래라저래라 말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책을 잡는 사람들 중에 혹시나 그런 생각-주로 우리가 정신과의사나 상담센터 카운슬러에게 헛되이 기대하는 정도의-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라고 권하고 싶다. 일반대중을 위해 쓴 책이므로 그에 걸맞는 수준의 지식만 들어있지, 몇몇 특이케이스에 대해 확실한 '교정'에 관한 해답이 나와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한 어떤 힌트는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먼저 책을 읽어본 본인이 인정할 수 있다.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대인관계에 괜시리 자신이 없는 사람,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독자에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