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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반걸음만 앞서가라
이강우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평점 :
평범한 [처세서+에세이] 형식의 글을 기대하고 쥐었던 책이었는데 막상 어떤 '처세서'적인 내용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웠고 저자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이 실례로 많이 등장한다. 실례 등장이야 원래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주요 타겟이 되는 것이니 어떤 직업군이 나오든 상관없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같이 동떨어진 환경의 사람에겐 많이 낯설게 느껴져서 시종일관 '아 정말 나랑은 다른 사람 이야기로구나' 싶었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당신에게 '이래라 저래라'하고 요구하지 않는다. 책을 구성하고 있는 에세이들은 저자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 가운데 몇 가지를 추려내어 그저 다시 읽기 좋게 정돈한 듯한 느낌의 글들로서, 거기서 무엇을 낚아내는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에세이들이 의미없고 허망하다는 뜻은 아니다. 거기 담긴 저자의 생각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아무리 둔한 사람일지라도 한두 가지쯤, 낚아올릴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아마도 저자가 남들보다 갑절은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일 듯 싶다. 참고로 이 서평을 쓰는 나도 몇가지 싱싱한 놈으로 낚아올려 플래너에 정리해두었다.
이 책을 살 때, 나처럼 '처세서'적인 어떤 직접적 충고를 기대하지는 마라. 이 책의 핵심은 여기 나오는 저자의 인생얘기를 소주 한잔, 가끔은 자판기 커피 한잔 앞에 두고도 도란도란 들어줄 수 있는 어떤 마음의 여유를 갖추는 데 있다. 그렇게 마음의 긴장을 풀고 읽다보면 공감가는 문구도 발견할 수 있게 되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간과하고 지나쳤던 중요한 것들도 새삼 재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 동안 숱한 명령형 제목을 가진 여타 처세서들에 지친 사람이라면 달리기 도중 잠시 쉬는 셈 치고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읽다 보면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세계 각지의 풍경 스케치가 같이 실려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이라 읽는 내내 피로해진 눈을 쉬는 데 그만이다. (사실 눈이 피로해질 정도로 행간이 꽉 짜여져 있지도 않지만)
마지막으로, 추천 대상은-
1.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한창 달리는데 급급한 직장인
2. 아직 20대 초반으로,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나른하게만 살다가 '이제 뭘 좀 어떻게 해봐야 되는거 아닌가'하는 합당한 인생고민에 다다른 대학생
3. 연령 불문하고, 지금의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모든 사람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