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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마이클? What's Michael? 1~8 세트
고바야시 마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고양이 세계에서는 결혼할 경우, 암컷에게는
상대를 고를 권리가 있지만... 수컷에게는 없다.
간단히 말하면 '누구든 좋다'인 것이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슬픈 남자의 본능'이라고 한다.
마이클은 고양이의 이름입니다.
이런 분들께 이 만화책을 추천합니다.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
고양이를 키울 예정이신 분
고양이를 무서워하시는 분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
고양이를 안 좋아하시는 분
고양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
그리고
만화가이신 분
만화가가 될 생각이신 분
그리고...
고양이이신 분
(고양이이신 분은, 이 책을 읽으시면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좀 더 쉽게 익히실 수 있겠습니다)
전 8권 완결(8권 날개에 9권도 나올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일단은 8권으로 완결)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관계'에 대한 만화.
보통, 사람이 고양이를 기른다고 생각하지만, 이 만화를 보고 나면 달리 생각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고양이이신 분께서는 "으흠, 그렇지"라고 하시겠지요. '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고양이와 사람, 고양이와 개, 암컷과 수컷, ......
<what's michael?>에는 고양이와 개의 만남이 틈틈이 나오는데, 고양이 아가씨와 개 총각의 맞선 자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와 개는 아무리 만남의 자리를 가지고 협상을 하여도 서로의 입장에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딱히 철천지 원수지간인 것도 아니고 서로가 좋아하는 것도 워낙 달라서 일부러 싸우려고 덤비지 않는 이상, 다툴 일도 없지요. 그저 평행선인 고양이와 개입니다. 그렇게 '다른' 고양이, 그리고 개인데... 사람은 고양이와도 살아가고 개와도 살아갑니다. 물론, '같이 사는' 방식의 차이는 있지요. 꽤 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는... 책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다른' 고양이와 개인데, 그렇게 '다른' 존재들인, 개와도, 고양이와도 같이 살아가는 '인간'이란, 참 신기한 동물입니다. 대단한 적응력이라고나 할까요.
인간이 원하는 것과 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늘 같을 수는 없는 탓에, 그 바램들이 때때로 충돌하고 반목을 일으킵니다만, 그래도 그럭저럭 두 '종족'은 같이 살아갑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고양이가 참아주기 때문인 것입니다.
(귀찮아서 대충 넘어가는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끼리는 같이 잘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개와 같이 사는 것 보다, 고양이와 같이 사는 것 보다... 인간끼리 같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한번 보세요. 얼마나 '동물적인' 풍경인가.
고양이는 귀여운 녀석들이지만, 인간은 우스운 녀석들입니다.
잡다한 소리가 길었군요.
고양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이 책을 보는 내내 키득거리고 웃을 수 있습니다. 키득거리고 웃다가 뒤집어지게, 배꼽이 빠져라 웃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고양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신 분도, 키득거리고 웃다가 "아, 나도 고양이를 키워보면, 아니 고양이와 같이 살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84년에 연재를 시작한, 꽤 오래 전의 작품인데도, 지금 21세기에도 이 작품의 유머 센스는 신선합니다. 단순명료하여 뭔가 허술한 듯 하면서도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 그리고 전혀 낭비가 없는 작화 실력, 그림과 대사의 배치와 구성, 아이디어, 아이디어들..... 다시 십년, 이십년이 지나 이 작품을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1974년에 데뷔하여 오랜 활동 기간을 가진 작가 고바야시 마코토의 내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이지요. 누구 말마따나 '고수의 만화, 고수가 그린 만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