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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키 마사미의 작품 중에 "소년, 소녀를 만나다"라는 제목을 가진 것은 없습니다.

그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한번 해본 말이죠...
뭔가 있어보이지 않습니까? 아님 말구요...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으로는

그 유명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가 있고, 그리고 "그루밍 업", "판게아의 딸 쿠니에", 가장 최근의 "철완 버디"가 있죠
(국내 출간 제목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패트레이버 일본판 만화책을 본 적도 없고, 패트레이버 ova판을 본 적도 없이 그저 국내 번역판만을 기억하고 있는데요 배경은 일본이고, 지명 등도 일본명인데, 사람들 이름은 놀랍게도 한국식이더군요. 더 놀라운건 그게 해적판이 아니었다는 사실...

패트레이버야 뭐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보셨을 테니 굳이 내용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패트레이버에서 레이버 대신에 경찰차, 건설장비, 전투기, 오토바이,... 뭘 집어넣어도 이야기는 된다느니 만화 '패트레이버'가 SF물로 보이지만 SF로 분류할만한 요소는 그다지 많지 않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다~ 접어두고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위상 혹은 역할을 가지고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들의 일관성 비슷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패트레이버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여주인공'이죠. 활약상도 가장 크고, 출연(?) 비중도 넘버 원이고, 게다가 '메인 메카닉'인 잉그램 1호기의 조종사이기도 하죠. 그리고 '패트레이버'의 남자주인공은 여주인공이 잉그램을 몰 때 서포트의 임무를 맡는 경찰 청년(소년?)이죠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그친구죠. 둘의 관계는, 적어도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작품 안에서는 '아직은' 연애 관계는 아니더군요. '친구 이상, 연인 이하'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기본적으로 직장 동료에다가, 친구 이상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일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서포트하는 역할... 그런데 이 구도 혹은 도식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뿐만 아니라 유우키 마사미의 다른 작품에서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근미래 SF 혹은 경찰 드라마의 외장을 갖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나, 경마와 경주마에 대한 만화인듯도 한 "그루밍 업"이나, 외계인(?) 소녀와 지구인 소년이 펼치는 액션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철완 버디"나, ... 결국엔 소년이 소녀를 만나서 벌어진 이야기들입니다. 흐흐흐...

그런데 왜, "소녀가 소년을 만난" 이야기가 아니라 "소년이 소녀를 만난"이야기인고... 하니. 가장 비중있는 역은 역시 '소녀'이지만, 이야기의 화자 혹은 서술 주체는 '소년'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년'은 대체로 평범한 인물에 가깝고, '소녀'는 뭔가 특별한 개성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가장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철완 버디"를 예로 들어 보죠. 저-기 멀리 우주에서 온 '소녀'는 일단 '외계인'인데다가, 게다가 우주적인(!) 수사관이기도 합니다. 우주적인(!) 범죄자를 쫓아 지구로 왔다가 이런저런 사고와 분란 끝에 지구인이고, 평범한 고등학생인 '소년'과 기묘한 동거생활...을 하게 되죠.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서포트하는 역할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철완 버디"에서도 '소년'은 '소녀'를 서포트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시면... )

"그루밍 업"을 볼까요. 도시의 그저그런 '소년'이 여행을 떠났다가 경주마 목장에 안착(?)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게 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목장의 주인 딸내미가 여주인공인데요 (둘은 결국엔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루밍 업"이 경마와 경주마 육성에 대한 - 제목을 우리말로 바꿔보면 결국 육성이죠 - 만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그저 소년과 소녀가 만나서 같이 '성장' 해나가고,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경마와 경주마는 그저 그림을 담은 액자 비슷한 것이랄까요.

"그루밍 업"의 '소녀'는 "패트레이버"나 "철완 버디"나 "판게아의 딸 쿠니에"의 '소녀'처럼 뭔가 특별한 존재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루밍 업"의 긴 이야기는 - 전체 26권이죠 - '그저 그런 도시 소년'이 시골(?) 경주마 목장의 소녀를 만나는 것이 그 스토리의 시작입니다. '소년'과 '소녀'의 역할의 비중 차이가 거의 없지만, 소년의 시각은 이야기 작자, 화자의 시각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보이고, 그것은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어 있습니다.

결국, '소년, 소녀를 만나다'입니다. 그리고, 만나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그리고 소년과 소녀는 어떻게 되었나? 둘은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가? 그 이야기(들)이죠.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경찰물 혹은 SF물의 옷을 입은 생활물-성장물이다"라던 어떤 만화팬의 말도 생각납니다.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들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재미있습니다. 전체 22권인 패트레이버, 전체 26권인 그루밍 업, 아직 미완결로 분량을 짐작하기 어려운 '철완 버디'와 '판게아의 딸 쿠니에'이지만, 긴 분량과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군요. 그의 작품들 모두를 아우르는 특징 중 하나가 오버하지 않는 개그 혹은 유머 센스인데, 이 '센스'가 페이지 한장 한장을 넘길때마다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지요. 웃기지만, '살짝' 웃기는, 절대로 오버하지 않는 유머, 그야말로 탁월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 센스가 긴 호흡을 감당해내는 중요한 힘인 듯 합니다. 리얼하면서도 개성적인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조연들까지 그 누구 하나 이야기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는 재주와, 탄탄하고 산뜻깔끔명료하고 개성적인 그림 솜씨까지. 만화가로서의 역량만을 따져도 유우키 마사미는 그야말로 특급이라 할만합니다.

깔끔한 유머 센스를 조미료삼아,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라는 주재료를 가지고, 경찰, 로봇, 스포츠(?), 모험(?),... 다양한 부재료로, 그리고 항상 맛깔나게 요리해내는 유우키 마사미. "강력추천"합니다. 도시 소년이 목장 소녀를 만난 이야기 더하기 경주마 목장 이야기... 재미 있을 것 같습니까?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은 뭘 소재로 하고 뭘 이야기해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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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마이클? What's Michael? 1~8 세트
고바야시 마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고양이 세계에서는 결혼할 경우, 암컷에게는

상대를 고를 권리가 있지만... 수컷에게는 없다.

 간단히 말하면 '누구든 좋다'인 것이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슬픈 남자의 본능'이라고 한다.

 

마이클은 고양이의 이름입니다.   

이런 분들께 이 만화책을 추천합니다.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

고양이를 키울 예정이신 분

고양이를 무서워하시는 분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

고양이를 안 좋아하시는 분

고양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

그리고

만화가이신 분

만화가가 될 생각이신 분

 그리고...

고양이이신 분

(고양이이신 분은, 이 책을 읽으시면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좀 더 쉽게 익히실 수 있겠습니다)

  

전 8권 완결(8권 날개에 9권도 나올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일단은 8권으로 완결)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관계'에 대한 만화.

 

보통, 사람이 고양이를 기른다고 생각하지만, 이 만화를 보고 나면 달리 생각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고양이이신 분께서는 "으흠, 그렇지"라고 하시겠지요. '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고양이와 사람, 고양이와 개, 암컷과 수컷, ......

 <what's michael?>에는 고양이와 개의 만남이 틈틈이 나오는데, 고양이 아가씨와 개 총각의 맞선 자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와 개는 아무리 만남의 자리를 가지고 협상을 하여도 서로의 입장에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딱히 철천지 원수지간인 것도 아니고 서로가 좋아하는 것도 워낙 달라서 일부러 싸우려고 덤비지 않는 이상, 다툴 일도 없지요. 그저 평행선인 고양이와 개입니다. 그렇게 '다른' 고양이, 그리고 개인데... 사람은 고양이와도 살아가고 개와도 살아갑니다. 물론, '같이 사는' 방식의 차이는 있지요. 꽤 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는... 책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다른' 고양이와 개인데, 그렇게 '다른' 존재들인, 개와도, 고양이와도 같이 살아가는 '인간'이란, 참 신기한 동물입니다. 대단한 적응력이라고나 할까요.

 인간이 원하는  것과 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늘 같을 수는 없는 탓에, 그 바램들이 때때로 충돌하고 반목을 일으킵니다만, 그래도 그럭저럭 두 '종족'은 같이 살아갑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고양이가 참아주기 때문인 것입니다.

(귀찮아서 대충 넘어가는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끼리는 같이 잘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개와 같이 사는 것 보다, 고양이와 같이 사는 것 보다... 인간끼리 같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한번 보세요. 얼마나 '동물적인' 풍경인가.

 고양이는 귀여운 녀석들이지만, 인간은 우스운 녀석들입니다.

 잡다한 소리가 길었군요.

 고양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이 책을 보는 내내 키득거리고 웃을 수 있습니다. 키득거리고 웃다가 뒤집어지게, 배꼽이 빠져라 웃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고양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신 분도, 키득거리고 웃다가 "아, 나도 고양이를 키워보면, 아니 고양이와 같이 살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84년에 연재를 시작한, 꽤 오래 전의 작품인데도, 지금 21세기에도 이 작품의 유머 센스는 신선합니다. 단순명료하여 뭔가 허술한 듯 하면서도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 그리고 전혀 낭비가 없는 작화 실력, 그림과 대사의 배치와 구성, 아이디어, 아이디어들..... 다시 십년, 이십년이 지나 이 작품을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1974년에 데뷔하여 오랜 활동 기간을 가진 작가 고바야시 마코토의 내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이지요. 누구 말마따나 '고수의 만화, 고수가 그린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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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페이스 Double Face 3
후지히코 호소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선 좀 불만이 있는 작품입니다만, '더블 페이스'라는 제목에서... 호소노 후지히코의 그동안의 작품들이 뭔가 일관된 주제를 파고들어온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더블 페이스'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평범하고 유약한 청년의 모습이 그 하나이고, 약자들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신비한 마술사의 모습이 다른 하나인데요. 너무 길게 내용을 이야기하다보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고...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만화라고 하면 될 것 같군요.

그런데, 이 '더블 페이스'가 온전히 더블 페이스...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두개의 얼굴이라기보다는, 본얼굴 하나와 가면 하나라고나 할까요. 어느쪽이 본얼굴이냐 말한다면 아무래도 '밤의 얼굴'인 마술사-해결사인 얼굴이겠지요. 이 '밤의 얼굴'은 사람(들)의 '욕망'을 해결하는 존재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죠. 착한 사람의 소원풀이를 해주기도 하고, 추한 욕망의 결과는 파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후지히코의 만화에서는. 사람의 얼굴 표정이 정말로 '강하게' 강조된다 싶을 때가 있는데, 어떤 얼굴, 어떤 표정인고 하니... '일그러진 얼굴'입니다. 분노하고, 좌절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의 얼굴들 말이지요. (호소노 후지히코의 만화를 처음 봤을때, 그 '일그러진 얼굴들'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해서 부담스럽다는 생각도 했더랬는데, 지금은 적응이 된 듯 합니다)

강렬하게 욕망할 때, 사람의 얼굴은 잔잔하지 않습니다. 일그러진 얼굴이 됩니다.

더블 페이스,

'낮의 얼굴'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억지로 지어야 하는 가장된 미소와 타협을 위한 비굴한 인내.

'밤의 얼굴'은 욕망의 해결 그 순간의 일그러진, 분노하고 위협하고 소리치는... 추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자유로운 얼굴.

호소노 후지히코의 히트작인 '타로'의 주인공도 '더블 페이스'의 남자입니다. 그의 '낮의 얼굴'은 평범하다 못해 나약하고 소심 그 자체인 은행원 청년의 활기 없는 얼굴. 그의 '밤의 얼굴'은 프로 복싱의 링 위에서 상대의 '얼굴'에 펀치를 때려넣는, 이기기 위해 투쟁하는 자의 '일그러진' 얼굴.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작가 호소노 후지히코는 '낮의 얼굴' 보다는 '밤의 얼굴'을 선호하는 듯 합니다. 승리에 환호하고 패배에 눈물흘리는 솔직한, 그리고 '일그러진' 얼굴 말입니다.

요시노 타로가 '낮의 얼굴'을 선택해서 아주 은행원이 되어버렸다면, 혹은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의 어중간한 동거를 계속 유지해나갔다면 그는 그냥 그저 그런인물, 만화 주인공이 될 일도 없었겠지요. 요시노 타로가 '밤의 얼굴'을 선택하여 '순수한 욕망의 해결', 혹은 '자유로운 삶'의 길을 갔기 때문에, 그는 사랑에서도 일(복싱)에서도 나름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것이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욕망의 해결'은 인생을 완성해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지 않고 순수하게 그 앞에 서서 욕망을 인정할 때, 그의 삶은 진정 자유로운 삶이 될 것이라는...

호소노 후지히코의 만화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갤러리 페이크'도 '진짜/가짜'라는 대립항, 그리고 주인공의 인물상에서도 이런저런 대립항을 읽어낼 수 있고, '슬리퍼'에서도 '꿈/현실'이라는 대립항이 존재하지요. 별로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호소노 후지히코의 작품들 전체를 일관하는 그 무엇을 이해하는 데에는 '슬리퍼'와 '더블페이스'도 한번쯤 볼만한 듯 합니다.

그래도 역시 호소노의 작품 중에서 최고는 '갤러리 페이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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