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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페이스 Double Face 3
후지히코 호소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선 좀 불만이 있는 작품입니다만, '더블 페이스'라는 제목에서... 호소노 후지히코의 그동안의 작품들이 뭔가 일관된 주제를 파고들어온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더블 페이스'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평범하고 유약한 청년의 모습이 그 하나이고, 약자들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신비한 마술사의 모습이 다른 하나인데요. 너무 길게 내용을 이야기하다보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고...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만화라고 하면 될 것 같군요.
그런데, 이 '더블 페이스'가 온전히 더블 페이스...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두개의 얼굴이라기보다는, 본얼굴 하나와 가면 하나라고나 할까요. 어느쪽이 본얼굴이냐 말한다면 아무래도 '밤의 얼굴'인 마술사-해결사인 얼굴이겠지요. 이 '밤의 얼굴'은 사람(들)의 '욕망'을 해결하는 존재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죠. 착한 사람의 소원풀이를 해주기도 하고, 추한 욕망의 결과는 파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후지히코의 만화에서는. 사람의 얼굴 표정이 정말로 '강하게' 강조된다 싶을 때가 있는데, 어떤 얼굴, 어떤 표정인고 하니... '일그러진 얼굴'입니다. 분노하고, 좌절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의 얼굴들 말이지요. (호소노 후지히코의 만화를 처음 봤을때, 그 '일그러진 얼굴들'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해서 부담스럽다는 생각도 했더랬는데, 지금은 적응이 된 듯 합니다)
강렬하게 욕망할 때, 사람의 얼굴은 잔잔하지 않습니다. 일그러진 얼굴이 됩니다.
더블 페이스,
'낮의 얼굴'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억지로 지어야 하는 가장된 미소와 타협을 위한 비굴한 인내.
'밤의 얼굴'은 욕망의 해결 그 순간의 일그러진, 분노하고 위협하고 소리치는... 추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자유로운 얼굴.
호소노 후지히코의 히트작인 '타로'의 주인공도 '더블 페이스'의 남자입니다. 그의 '낮의 얼굴'은 평범하다 못해 나약하고 소심 그 자체인 은행원 청년의 활기 없는 얼굴. 그의 '밤의 얼굴'은 프로 복싱의 링 위에서 상대의 '얼굴'에 펀치를 때려넣는, 이기기 위해 투쟁하는 자의 '일그러진' 얼굴.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작가 호소노 후지히코는 '낮의 얼굴' 보다는 '밤의 얼굴'을 선호하는 듯 합니다. 승리에 환호하고 패배에 눈물흘리는 솔직한, 그리고 '일그러진' 얼굴 말입니다.
요시노 타로가 '낮의 얼굴'을 선택해서 아주 은행원이 되어버렸다면, 혹은 '낮의 얼굴'과 '밤의 얼굴'의 어중간한 동거를 계속 유지해나갔다면 그는 그냥 그저 그런인물, 만화 주인공이 될 일도 없었겠지요. 요시노 타로가 '밤의 얼굴'을 선택하여 '순수한 욕망의 해결', 혹은 '자유로운 삶'의 길을 갔기 때문에, 그는 사랑에서도 일(복싱)에서도 나름대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것이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욕망의 해결'은 인생을 완성해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지 않고 순수하게 그 앞에 서서 욕망을 인정할 때, 그의 삶은 진정 자유로운 삶이 될 것이라는...
호소노 후지히코의 만화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갤러리 페이크'도 '진짜/가짜'라는 대립항, 그리고 주인공의 인물상에서도 이런저런 대립항을 읽어낼 수 있고, '슬리퍼'에서도 '꿈/현실'이라는 대립항이 존재하지요. 별로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호소노 후지히코의 작품들 전체를 일관하는 그 무엇을 이해하는 데에는 '슬리퍼'와 '더블페이스'도 한번쯤 볼만한 듯 합니다.
그래도 역시 호소노의 작품 중에서 최고는 '갤러리 페이크'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