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숭배
피터 브라운 지음, 정기문 옮김 / 새물결 / 200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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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의 번역자입니다. 번역자가 서평을 쓴다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지만 독자님들께 꼭 알려야 할 일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죄송하게도 이 책에는 약간의 오탈자와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앞에서 다섯 번째 그림, 즉 도시와 경합하는 사막이라는 그림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평생 동한’은 ‘평생 동안’의 오자입니다.

그 뒤로 두장을 넘기면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와 동료 ‘무관’이라는 그림이 나오는데, 이 무관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황제’라고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4분체제라는 정치체제를 시험했는데 동료 무관 세명을 동료 황제로 임명했습니다.

66쪽에서 중간을 지나 심지어 뛰어난 ‘엘리트들조차도’는 ‘엘리트들에게서도’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87쪽 맨 마지막 번역자의 주(설명)에서 로마의 부유한 ‘상원’ 의원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로마에는 ‘원로원’(senatus)가 있었는데, 이 senatus가 현대 서양의 의회 중 상원(senate)을 가르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89쪽 세 번째에 ‘용어’들로는 ‘관점’들로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94쪽 말미부분에서 급속하게 느슨하게라는 부분에서 급속하게는 해소되어를 꾸미는 부사어입니다. 따라서 그 말은 해소되어 앞으로 가야 합니다. 153쪽 5번째 줄 천사 다음에 (성스데파노-옮김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가로를 넣은 부분은 잘못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니 삭제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굳이 그 표현을 살릴려면 인용구 안의 동료 종 다음에 들어가야 합니다.

161쪽 4번째 줄 권능있고 진실한 사도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권능있고 진실로 사도와 같은 (존재)로 읽어야 정확합니다. 기독교에서 사도는 예수의 12제자를 가르킵니다. 여기에 쓰이는 라틴어에서 potens는 능력있는 이라는 형용사이고 vere는 진실로라는 부사이고, apostolicus는 사도와 같은, 사도적인 이라는 형용사입니다.

163쪽 그림설명에서 첫 번째 줄 끝부분, 생활을 바꾸는는 생활을 바꾸지는이 되어야 합니다. 188쪽 중간에 이 관은 크기를 극적으로 대조시킴으로써 예전에 “모든 우주가 그 앞에서 떨고 있는 가운데 주님 예수께서 매달렸던” 바로 그 십자가를 연상할 수 밖에 없다.라는 문장은 비문입니다. 마지막 부분을 연상시킨다로 바꾸어 보면 보겠습니다.

출간하자마자 이렇게 오탈자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게 되어 책을 사셨거나 사실 의사가 있는 독자들게 정말 죄송합니다. 피터 브라운과 그의 훌륭한 책의 명성에 조그마한 금이라고 갈까 두렵습니다. 모두 번역자가 꼼꼼하지 못해서 범한 오류이니, 전적으로 번역자를 야단쳐 주십시오.

피터 브라운은 기독교사, 특히 초기 기독교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이고, 역사를 인간학의 총체로서 연구하는 세계적인 역사학자입니다. 그는 철학, 종교학, 인류학, 미술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피터 브라운은 후기 고대시대와 초기 기독교에 대한 연구로 그동안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로부터 많은 상을 받았는데, 특히 1994년 네덜란드 하이네케 재단이 수여하는 역사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재단은 2년에 한 명씩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업적을 달성한 역사학자에게 상을 수여하는데, 상금은 자그만치 약 2억원이나 됩니다. 이렇듯 훌륭한 책에 제가 제가 실수를 범한 것을 독자 여러분들이 용서해주시를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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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키 마사미의 작품 중에 "소년, 소녀를 만나다"라는 제목을 가진 것은 없습니다.

그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한번 해본 말이죠...
뭔가 있어보이지 않습니까? 아님 말구요...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으로는

그 유명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가 있고, 그리고 "그루밍 업", "판게아의 딸 쿠니에", 가장 최근의 "철완 버디"가 있죠
(국내 출간 제목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패트레이버 일본판 만화책을 본 적도 없고, 패트레이버 ova판을 본 적도 없이 그저 국내 번역판만을 기억하고 있는데요 배경은 일본이고, 지명 등도 일본명인데, 사람들 이름은 놀랍게도 한국식이더군요. 더 놀라운건 그게 해적판이 아니었다는 사실...

패트레이버야 뭐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보셨을 테니 굳이 내용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패트레이버에서 레이버 대신에 경찰차, 건설장비, 전투기, 오토바이,... 뭘 집어넣어도 이야기는 된다느니 만화 '패트레이버'가 SF물로 보이지만 SF로 분류할만한 요소는 그다지 많지 않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다~ 접어두고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위상 혹은 역할을 가지고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들의 일관성 비슷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패트레이버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여주인공'이죠. 활약상도 가장 크고, 출연(?) 비중도 넘버 원이고, 게다가 '메인 메카닉'인 잉그램 1호기의 조종사이기도 하죠. 그리고 '패트레이버'의 남자주인공은 여주인공이 잉그램을 몰 때 서포트의 임무를 맡는 경찰 청년(소년?)이죠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그친구죠. 둘의 관계는, 적어도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작품 안에서는 '아직은' 연애 관계는 아니더군요. '친구 이상, 연인 이하'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기본적으로 직장 동료에다가, 친구 이상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일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서포트하는 역할... 그런데 이 구도 혹은 도식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뿐만 아니라 유우키 마사미의 다른 작품에서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근미래 SF 혹은 경찰 드라마의 외장을 갖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나, 경마와 경주마에 대한 만화인듯도 한 "그루밍 업"이나, 외계인(?) 소녀와 지구인 소년이 펼치는 액션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철완 버디"나, ... 결국엔 소년이 소녀를 만나서 벌어진 이야기들입니다. 흐흐흐...

그런데 왜, "소녀가 소년을 만난" 이야기가 아니라 "소년이 소녀를 만난"이야기인고... 하니. 가장 비중있는 역은 역시 '소녀'이지만, 이야기의 화자 혹은 서술 주체는 '소년'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년'은 대체로 평범한 인물에 가깝고, '소녀'는 뭔가 특별한 개성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가장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철완 버디"를 예로 들어 보죠. 저-기 멀리 우주에서 온 '소녀'는 일단 '외계인'인데다가, 게다가 우주적인(!) 수사관이기도 합니다. 우주적인(!) 범죄자를 쫓아 지구로 왔다가 이런저런 사고와 분란 끝에 지구인이고, 평범한 고등학생인 '소년'과 기묘한 동거생활...을 하게 되죠.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서포트하는 역할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철완 버디"에서도 '소년'은 '소녀'를 서포트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시면... )

"그루밍 업"을 볼까요. 도시의 그저그런 '소년'이 여행을 떠났다가 경주마 목장에 안착(?)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게 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목장의 주인 딸내미가 여주인공인데요 (둘은 결국엔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루밍 업"이 경마와 경주마 육성에 대한 - 제목을 우리말로 바꿔보면 결국 육성이죠 - 만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그저 소년과 소녀가 만나서 같이 '성장' 해나가고,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경마와 경주마는 그저 그림을 담은 액자 비슷한 것이랄까요.

"그루밍 업"의 '소녀'는 "패트레이버"나 "철완 버디"나 "판게아의 딸 쿠니에"의 '소녀'처럼 뭔가 특별한 존재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루밍 업"의 긴 이야기는 - 전체 26권이죠 - '그저 그런 도시 소년'이 시골(?) 경주마 목장의 소녀를 만나는 것이 그 스토리의 시작입니다. '소년'과 '소녀'의 역할의 비중 차이가 거의 없지만, 소년의 시각은 이야기 작자, 화자의 시각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보이고, 그것은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어 있습니다.

결국, '소년, 소녀를 만나다'입니다. 그리고, 만나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그리고 소년과 소녀는 어떻게 되었나? 둘은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가? 그 이야기(들)이죠.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경찰물 혹은 SF물의 옷을 입은 생활물-성장물이다"라던 어떤 만화팬의 말도 생각납니다.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들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재미있습니다. 전체 22권인 패트레이버, 전체 26권인 그루밍 업, 아직 미완결로 분량을 짐작하기 어려운 '철완 버디'와 '판게아의 딸 쿠니에'이지만, 긴 분량과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군요. 그의 작품들 모두를 아우르는 특징 중 하나가 오버하지 않는 개그 혹은 유머 센스인데, 이 '센스'가 페이지 한장 한장을 넘길때마다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지요. 웃기지만, '살짝' 웃기는, 절대로 오버하지 않는 유머, 그야말로 탁월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 센스가 긴 호흡을 감당해내는 중요한 힘인 듯 합니다. 리얼하면서도 개성적인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조연들까지 그 누구 하나 이야기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는 재주와, 탄탄하고 산뜻깔끔명료하고 개성적인 그림 솜씨까지. 만화가로서의 역량만을 따져도 유우키 마사미는 그야말로 특급이라 할만합니다.

깔끔한 유머 센스를 조미료삼아,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라는 주재료를 가지고, 경찰, 로봇, 스포츠(?), 모험(?),... 다양한 부재료로, 그리고 항상 맛깔나게 요리해내는 유우키 마사미. "강력추천"합니다. 도시 소년이 목장 소녀를 만난 이야기 더하기 경주마 목장 이야기... 재미 있을 것 같습니까?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은 뭘 소재로 하고 뭘 이야기해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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