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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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MMORPG 게임(World of Warcraft, 리니지, 아이온 같은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 쉽게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노력한 만큼의 성과물을 매 순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게임 속의 몬스터를 잡는 수에 비례하여 자신이 플레이하는 아바타가 경험치를 획득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현상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실에서는 노력한 만큼 성과물이 비례하여 나타나지도 않을 뿐더러 그 결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하기도 힘들다. 아마 현실도 게임과 같은 방식의 운영 시스템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지 않을까?     

책을 좋아하는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는 며칠 반복해서 같은 꿈을 꾼다. 양과 함께 놀던 아이가 자신의 손을 잡아끌더니 이집트 피라미드로 데려가는 꿈. 그러던 어느날 책을 읽고 있는 그에게 홀연히 한 노인이 나타나 가지고 있던 양의 십분의 일을 자신에게 주면 피라미드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는 길을 가르쳐주겠다고 제안─쉬운 말로 NPC에게 퀘스트를 받은 것이다.─한다. 그때 행운의 표지인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두 사람 사이로 날아들어왔고, 산티에고는 운명처럼 노인에게 값을 치르고 금으로 된 흉패 한가운데 박혀 있던 흰색과 검은색 보석 '우림과 툼밈'을 받아든다. 그리고는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한 정처없는 여행길에 오른다.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찾는 여정은 예상대로 녹록지 않았다. 가지고 있던 양을 전부 팔아 여비로 마련한 금화를 도둑 맞아 빈털터리가 되거나 사막에서 군대 주둔지로 끌려가 목숨을 잃을 뻔 했던 일들은 그의 마음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현재 상황의 감정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고, 또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면 결코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자아의 신화에 대한 불확신한 믿음과 두려움에 대한 속삭임은 산티아고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대지의 정기에서 만물의 언어를 배우며, 마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음과의 대화방법을 시도한다.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는데 우리가 꿈을 이룰 때 내면에서 들려오는 불안한 속삭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좋은 지표가 되어준다.

 그가 사랑하는 사막의 여인 파티마, 그녀는 산티아고가 자아의 실현을 찾는데 더없이 좋은 촉매제 역할을 했다. 자아의 실현을 찾는 걸 포기하고 싶을 때는 동기부여가 되어줬고, 시련이 다가왔을 때는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참고하여 정의를 내려본다면, 사랑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닌 것이다. 흔히들 사랑에 빠지면 더 예뻐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두세 번은 더 읽어봐야지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지혜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담긴 철학적인 이야기가 온전히 이해되는 책이었다. 늙은 왕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p.48)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 생각이 많아졌다. 산티아고처럼 표지의 언어를 좇아 자아의 신화를 찾아 길을 떠날 것인지, 팝콘 장수나 크리스털 가게 주인처럼 표지의 언어를 무시한 채 마냥 현실에 안주할 것인지는 이제 나의 몫이다. 아니면 MMORPG 게임에서 자아의 신화를 찾고 있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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