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owcat Diary 2
권윤주 지음 / 호미 / 2003년 12월
평점 :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SNOWCAT DIARY 1>에 대해 그렇게 혹평의 리뷰를 써놓고 도서관에 반납하러 간 김에 <SNOWCAT DIARY 2>를 빌려왔다는 사실이……. 첫 번째 일기에서 남은 미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두 번째 일기에서 거는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혹평을 남겼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첫 번째 일기에서 무엇인가를 공감하고 있었던 걸까? 모르겠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감정을 '애증(愛憎)'이라 부르는 것 같다. 미운 정이 그렇게 무섭다던대.
혹시나 하는 내 일말의 기대감 따위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SNOWCAT DIARY 1>의 연장선이라는 인상을 일기 첫 장부터 강하게 받았다. 한 마디로 다이어리 1편에서 이어진 우울함과 무기력이라는 바탕 위에서, 혼자노는 것을 좋아하며 외출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볼 일 동선을 짜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CD에 관한 이야기 등 그녀의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변함없이 스케치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단지, 1편 보다는 일기 쓴 날이 좀 더 늘었고 한 컷에 그치던 그 날의 일기가 두세 컷 정도 더 첨가된, 조금은 정성을 더 들여 그린─그래서 10분 만에 읽었던 1편에 비해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것 같긴 했다.
만약 저자가 홈페이지에 연재할 당시에 내가 이 일기를 봤더라면 감상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 중간 중간에 나오는 홈페이지 방문자들과 일기에 관한 의견을 주고 받은 내용들이 간간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령 일기에 공감을 한다는 글을 올린다거나 스노우캣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해준다던가 하는 피드백 작용들 말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우울한 일기에 무엇인가에 매력을 느꼈다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홈페이지에서는 더 이상 2000~2001의 다이어리를 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적이며 자료를 찾아봤는데 의외의 수확이 있었다. 주변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귀차니즘과 귀차니스트란 단어를 유래시킨 장본인이 바로 스노우캣이란 사실이었다. 그 이전에도 이런 단어가 쓰였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곳이 스노우캣의 홈페이지란 것만은 확실했다. 일단 이 단어의 뜻부터 알아보자.
귀차니즘이란, 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 피우는 현상이 고착화된 상태를 말하는 인터넷 용어이다. 이것은 ‘귀찮-’이라는 어간에 ‘행위, 상태, 특징, ~주의’의 뜻을 가진 추상 명사로 만들어 주는 영어 접미사 -ism을 붙여 만든 네티즌들의 신조어이다. (출처: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현대인들은 일정한 제도권 안에서 24시간을 분 단위로 끊어가며 살아갈 정도로 빡빡하다. 귀찮고 하기 싫은 일 투성이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들만 가득한 현대인들의 하루 일과. 어제와 같은 반복되는 하루들, 그 속에서 항상 일탈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오늘 내로 반드시 처리해야할 일들을 내일로 미뤄놓고 하루종일 늘어지게 잠만 자거나, TV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며 방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며 약간의 움직임조차 귀찮아하는 그런 평범하고 소박한 일탈이지만 쉽게 실행하지는 못하는 그런 꿈. 하지만 스노우캣의 일상은 그들이 늘 꿈꾸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 같다. 정보의 홍수라 불리우는 인터넷 공간에서 타인의 공감을 얻는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늘 항상 우울하고 자조적인 스노우캣에게서 이런 의외의 면을 발견하다니 놀라웠다. 어쩌면, 단지 스노우캣처럼 우울含과 귀차니즘에 병들어 있는 현대인들이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