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cat Diary 1
권윤주 지음 / 애니북스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21C 전후, 창작 인터넷 연재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다. 이 <SNOWCAT DIARY 1>도 그 시기의 인터넷 창작물 중에 하나로 스노우캣 홈페이지의 2000년도 다이어리를 정리한 책이다. 연재 당시에 스노우캣 홈페이지도 알고 있었고 다이어리도 몇 편 보긴 했지만 그림체나 내용이 내 취향(그 당시 마린블루스에 흠뻑 빠져있기도 있다.)이 아니었기 때문에 두어 번의 방문이 스노우캣과의 만남 전부였다. 그런 스노우캣과 도서관에서 약 8년만에 조우했다. 까만 표지 정가운데 위치한 은박의 귀여운 스노우캣, 반가운 마음에 살펴볼 것도 없이 대출대 위에 올려놓았다. 

 집에 돌아와 옛 친구와의 재회하는 설렘과 남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것 같은 짜릿함 사이에서 묘한 흥분을 느끼며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하얀 지면에 별다른 채색이 없는 스케치 같은 느낌의 그림 한 점. 그 날의 일기 전부였다. 살짝 당황스러웠으나 아! 이런 게 여백의 미(美)지, 라며 애써 당혹감을 감추고 계속 읽어나갔다. 사실 '읽는다'는 표현을 써도 될지 살짝 고민이 되는 책이다. 첫 장을 넘긴지 10분 만에 다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평일지 모르겠으나 염세주의(厭世主義) 색채가 농후한 일기였다. 일기의 대부분은 우울, 피곤, 좌절, 자학, 불행, 씁쓸, 짜증, 외로움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읽고 있는 나까지 우울해질 정도였다. 지은이가 본인 소장용이라면 몰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일상에 충실한 일기를 굳이 책으로까지 출판할 필요가 있었을까 궁금했다.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던 걸까?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다. 여전히 모르겠다. 첫만남에서 받은 인상이 때론 정확하다는 말에 수긍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는 개인적인 인터넷 공간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읽을 책이라면 적어도 책을 덮고 난 후에 밀려오는 감동이나 시사하는 바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독자는 그 책을 통한 반성과 자아성찰로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책을 읽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원초적인 재미로 독자들의 오감을 즐겁게 해줘야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우울海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그대로 끝나버렸다. 우울함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 감정 역시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다만, 우울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팀 버튼(Timothy William Burton) 감독의 작품이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 책이 꼭 '우울함'을 다루고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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