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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항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12월의 세바스토폴” 중.
19세기 중반의 수술이란 그저 사지가 썩어들어가기 전에 절단을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마취 없이).
군대에 있을 때 사열식을 하면서 군인이 멋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제식훈련이나 절도에 맞는 행동 때문에 장래 직업으로 군인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고 군인이 되겠다 마음 먹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던가?
이 소설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당신의 신경이 튼튼하다면 왼쪽 문으로 들어가보라. 그 방에서는 붕대 처치와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거기서 당신은 팔꿈치까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침대 옆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는 창백하고 침울한 표정의 의사들을 보게 될 것이다. 침대 위에는 클로로포름에 마취된 부상병이 두 눈을 뜬 채 누워서 마치 헛소리처럼 아무 의미 없는, 이따금 간결하지만 감동적인 말을 하고 있다. - P50
의사들은 절단이라는 혐오스럽지만 유익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당신은 날카롭고 구부러진 칼이 희고 건강한 몸속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볼 것이다. 그리고 부상병이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끔찍하고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면서 악담을 퍼붓는 장면을 볼 것이다. - P50
또 조수가 절단한 팔을 한쪽 구석으로 어떻게 내던지는지도 볼 것이다. - P50
당신은 같은 방에서 들것에 실려 누워 있는 다른 부상병이 수술받는 전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육체적인 고통 때문이 아니라 수술을 기다리는 정신적 고통 때문에 몸을 웅크리고 신음하는 장면을 볼 것이다. 그리고 영혼을 뒤흔드는 끔찍한 광경들을 볼것이다. - P50
당신은 군악과 북소리, 펄럭이는 깃발들과 말을 탄 장군들이 으스대며 등장하는 정연하고 아름답고 화려한 대열 속이 아니라 전쟁의 진정한 모습에서, 즉 피와 고통과 죽음 속에서 전쟁을 볼 것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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