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법과 쿠페 빵
모리 에토 지음, 박미옥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올해 출판계 동향을 정리하는 기사에서, SNS에서 유행했다는 북버킷에 대한 내용을 보았다. 북버킷이란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 10권을 꼽아 소개하고 다음 지목자를 정해 릴레이를 이어간다는 내용인데, 한 번쯤 자신의 독서 인생을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슬그머니 내 인생의 책 10권을 꼽으라면 어떤 책이 있을까, 생각에 잠겼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검은 마법과 쿠페 빵>이었다. 대학교 1학년 말, 첫 실연을 경험하고 실의에 빠져 있던 무렵, 내가 열심히 밑줄 그어가며 읽었던 바로 그 책.

처음엔 제목도 제대로 생각이 안 나서 무작정 일본소설 카테고리를 찾아다니다가, 한참을 골똘히 생각한 끝에 '마법? 마녀? 무슨 빵이 들어갔던 것 같은데' 하고 검색하다 찾아냈다. 그래, 검은 마법과 쿠페 빵!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검색해보니 어라, 그 사이 절판이 되었네. 2007년에 처음 이 소설을 접했던 것도 바로 내가 자주 이용하던 우리 동네 공공도서관에서였다. 어렵지 않게 중고책을 주문하고 오늘 하루만에 후다닥 읽었다.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었던 그 무렵의 감정들이 되살아나, 왠지 모르게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노리코가 고등학교 때 첫 실연을 겪고 견뎌내는 장면. 나 역시 노리코처럼 순진하게 영원을 믿고 있다가, 상대방의 일방적인 요구로 사랑이 깨져버린 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던 상태였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 노리코처럼 몇 번이나 전화해 매달렸었는지. 지금에야 웃으면서 그땐 그랬지, 하고 넘기지만 그 당시 나는 식음을 전폐하고 끙끙 댔었다.

이 책을 읽었던 2007년 스무살의 나로부터 7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여전히 밑줄을 긋게 만드는, 오히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서 문장에 담겨진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지금 더 뭉클하게 다가오는, 내 마음에 오래오래 남았던 책 속의 구절을 소개할까 한다.

P.116
아무리 아픈 이별이라도 언젠가는 극복되리라는 것을 아는 공허함.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사람도 언젠가는 잊혀지리라는 것을 아는 서글픔. 우리들은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면서 헤어지는 그 순간보다 오히려 먼 미래를 생각하며 이별을 아파했다.


그 시절의 나는 마치 이 책을 통해 확인받고 싶다는 듯이 '그래, 이런 미래가 정말 온단 말이지. 지금은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결국엔 다 잊고 만다는 거지. 근데 난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 하며 나에게만은 끝끝내 오지 않을 것 같은 이별의 끝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나는 몇 번의 연애 끝에 완벽히 깨달았다. 아무리 아픈 이별이라도 언젠가는 극복이 되고,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사람도 언젠가는 잊혀진다는 것을.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또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노리코의 초등학교 시기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담은 소설 <검은 마법과 쿠페 빵>. '나의 초등학교 친구들은 어땠지, 나의 사춘기 땐, 나의 첫 연애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그 무렵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 시절, 온 힘을 다해 울고 웃던 내가 그리워지는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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