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달 1
이쿠에미 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나무들이 손을 쭉 펴고 말했다.

"봄이다. 봄이야. 얼른 쑥쑥 크자."

 

그걸 보고 내가 말했다.

"5월, 봄의 한가운데에  어울리는 책이 뭘까?"




'그와 달'은 그런 생각을 하자 마자 생각난 책입니다.

이케미 료의 '그와 달'은 봄처럼 따뜻하고 평온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만화는 어떤 장르보다도 쉽게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것,

그것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사람들의 마음을 깊게 느낄 수 있죠.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꼭 누구누구가 주인공이 아니라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달'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에피소드가 여러 사람들의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장녀 히로노(18살)의 이야기.

사람보다 동물을 편하게 생각해서 친구 만들기가 힘든 사람이죠
어느 날 동급생 아라타가 사랑고백을 해요.


아리타가 특유의 붙임성으로 그녀의 가족과 가까워질 동안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굳어있죠.

그 뒤는 호호~ 책을 보세요.


 


차녀 호노카(16살)이야기.

그녀는 부잣집 도련님 하야토와 사랑에 빠져 있지만,

하야토는 그녀의 대가족이 익숙지 않아하고 때문에 그녀는 불안정합니다.

 


장남 아키(22살)의 이야기.

동료 여성의 죽음으로 아파트 귀신이 나온다며 집으로 돌아오지요.

그 여성의 후배를 만나 죽은 그녀에 대해 알게 되면서 애도하게 되죠.

 

그들의 사랑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티격태격도 귀엽고

어머니가 아버지의 말도 안되는 말을 들어줄 때도 귀엽죠.

 

그리고 그들의 가족인 포세이돈이라는 고양이가 어떻게 같이 살게 되었는지도 나와요.

고양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고양이는 따뜻하고 행복해졌으니 자신의 소원이 이뤄졌다면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그와 달이라는 제목에서도 여러가지가 보여요. 

'그와 달'이라는 제목에서 그는 히로노가 될 수도 있고

호노카가 될 수도 있고 아키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와 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나 존재를 가정해서 만든 것 같기도 해요.

이를테면, '나는 그와 달이 있어서 행복했다.'라고 고양이가 말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대가족의 사랑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훈훈한 작품.

조금 좁지만 7명의 세가구가 동거하고 있는 평범한 2층 건물,

가족이 공유하고 있는 시간은 같은 시간이지만 가족 수만큼 진실이 있다.

-알라딘 제공 

 

 

 

그와 달,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

그래서 사랑스러운 이야기.

 

당신도 읽어볼래요?

 

 

 

 


 

 p.s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특별해.

당신도 나도, 지금 이 순간도,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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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이야기, 이 책을 아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되지만 한번 소개해볼까요?

절망적인 상황을 그렸음에도 독특한 유머감각이 녹아있는 이 작품은 부커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영국 100만부, 미국 70만부가 판매되었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후로 3년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렀다.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백경', '노인과 바다'를 잇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영화로 제작중이다.

- 네이버 책 소개


그러나 ‘흥!’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많이 팔리는 책이 꼭 좋은 책은 아니라는 거죠.

그렇지만 많이 팔렸다면 읽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그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책인지도 몰랐고 아는 언니가 빌려주셔서 그냥 읽었거든요.

솔직히 초반은 좀 지루하기도 해요.

글이 무척 쉬워서 쉽게 넘길 수는 있지만 ‘대체 이 작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잡다합니다.

동네 수다 모임에서 같이 놀고 있는 느낌이에요.

이 얘기하고 저 얘기하고 뭐니~


하지만 모든 것이, 모든 일들이 다 그렇듯 한 순간에 일어나죠.

인도에서 동물원을 경영하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갑자기 계속 살던 인도를 떠나 생뚱맞게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고 결정하고 온 가족(동물 가족 포함)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캐나다를 향해 배를 타고 떠나죠.

그 때부터, 배를 타고 떠났을 때부터, 그 배가 가라앉아버렸을 때부터 16살 난 파이의 모험과 외로움, 공포, 굶주림이 시작됩니다.


파이이야기, 이 책은 상당히 독특하고 기묘하며 숨이 막히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도 가네샤도 알라도 사랑한다던 아이, 그냥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는 아이.

구명보트에 어찌어찌 타게 된 파이는 그 안에 200kg가 넘는 호랑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기묘한 공존관계.

자신이 호랑이한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호랑이부터 먹이를 줘야하고 망망대해에 혼자 살아 남아 있다는 절망은 호랑이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공포로 대체되죠.

그렇게 절망과 굶주림 사이를 위태롭게 겪으면서 표류 227일 만에 멕시코에 닿게 되어 살아남습니다.



다행이 이 책은 해피엔딩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정말 울 뻔 했어요.

 

마지막 세번째 장에서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호랑이가 어떤 존재인지.

고릴라가 어떤 존재인지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전 믿지 않기로 했어요.  

 



자, 당신이라면 이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이것은 삶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해서든 살고 싶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역시 동물이 있는 편이 더 낫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식스센스 감독이 만드는 파이이야기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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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애덤 매퀸 지음, 이지오 옮김, 오석균 감수 / 가치창조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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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6일 하멜른! 소개를 찾아보니 '중세의 전설이 소설의 상상력과 만나다'라고 씌여져 있군요.

그 말처럼 그림형제의 하멜른의 쥐잡이라는 전설을 바탕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덧붙인 책입니다.

 

전설인가 뭔가 몰라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서기 1284년 6월 26일, 세례 요한과 사도 바울의 축일인 이 날
다색 옷을 입은 한 피리 연주자가 하멜른에서 태어난 13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쾨펜 지역의 칼바리로 떠났다.
- 뤼넨부르크 사본, 1450년 하멜른


 

쥐떼로 고통받던 하멜론에 다색옷을 입은 피리연주자가 나타나 쥐떼를 몰아내줍니다.

그러나 하멜론 사람들은 피리연주자에게 돈을 주지 않고 피리연주자는 화가 나 13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버립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설의 주요내용입니다.

 

 

케이스 매퀸과 애덤 매퀸이 공동으로 창작한 소설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첫째, 이것은 동화와 다르다.
 

주인공 요하네스는 농노입니다.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고 역사소설이기도 하고 팩션 같기도 합니다.

중세 농노의 모습을 정확히 그려낸 것을 보면 꼭 역사소설이고 피리 연주자들을 보면 판타지 소설이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활기차고 힘이 센 아버지와 살아가던 주인공은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소작을 붙쳐먹던 영지에서 쫓겨나고 우연한 기회에 피리 연주자 길드의 수장의 눈에 들어 도제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임무를 부여받게 되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내용 같지요.

임무를 부여받은 왕자를 멀리 길을 떠나게 되고 용을 처치하고 공주를 구해내어 잘 먹고 잘 살았다. 알콩달콩~ 끝! 뭐 이런 동화가 생각나지요.

 
 

그렇지만 그는 농노입니다.

왕자가 아니지요. 게다가 중세 농노 주제에 상당히 근대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못된 영주로부터 아버지와 핍박받는 다른 농노들을 구해내자!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상당히 합리적이지요. 어린 것이~

 
 

 

둘째, 소년이 어른이 되는 이야기이다.
 

끝까지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일반 동화처럼 권선징악을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 솔직히 그 나쁜 녀석(힘을 가진 자는 힘을 써야한다)의 말이 옳다고 백번 생각합니다 - 힘을 가진 자가 그것을 자제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요.

그렇다고 자제를 안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 그러니까 뭘 말하고 싶은 거니? - 세상은 어렵다는 것이죠.

 

 
권력이 있는 것들은 그것을 휘둘러보고 싶어하고 공공의 것에 손을 대게 되고 부패로 얼룩지죠.

선의 문제일까요?

저쪽의 것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 - 우리는 절대로 얼룩지지 말아요.

 

 
그리고 쉽지 않다는 것. 그게 좋아요. - 그러니까 대체 뭔 소리니?
끝에서 모든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래서 즐거운 지금 현재가 더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되요.

 

요하네스는 - 우리 주인공 농노군은 - 어른이 되는 것이죠.


이 책은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에요.

  

셋째, 삽화가 너무 특이하고 아름다워요.






처음에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광채가 난다고 느꼈는데 그건 삽화 덕분이었어요.

판화인가?

기법은 잘 모르겠지만 세밀하게 표현한 것이 주인공들하고도 잘 어울리고요.

다들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네요.

 

 

소개글 중간에 좀 횡설수설한 것 같았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끝부분에 좀 늘어지는 느낌이 있기도 하지만 말이예요.

 

동화나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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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박자경 외 / 문이당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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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은 지인에게 1년전에 빌렸는데 계속 못 읽은 책입니다.  

못 읽은 이유는 장편인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단편이었고 - 저 단편 별로 안좋아해요 - 게다가 책을 열면 왼쪽에 작가의 말 같은 게 써있는데 그게 너무 어려워요.

숨이 턱턱 막혀서 책을 탁탁 덮게 되죠.

그러다가 빌려준 지인이 단편은 골라 읽는 재미라는 말에 힘을 얻어 아무 페이지나 탁 펴서 읽었습니다.

작가의 말은 쳐다보지도 않았고요.

다 읽고 나서 작가 이름을 봤어요.

그랬더니 새롭더라고요.



이 소설은 나이도 다르고 사는 것도 다른 여성들의 상처와 그 무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늬

오후 4시의 정거장

이웃집으로 들어가다

그녀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

너는 그 강을 어떻게 건넜는가

낮보다 환한 밤

폼페이의 아득한 날

스페인 춤을 추는 남자


어느 제목이 마음에 드나요?

송우혜, 김지수, 한정희, 송혜근, 윤명제, 은희경, 전경린, 박자경 작가들이 썼고요.

제일 재미있게 읽는 단편은 ‘그녀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라는 건데요.

돈도 못 벌고 능력도 없으면서 걸핏하면 때리기만 하는 남편과 공부도 많이 했지만 어쩐지 곤궁한 시아주머니 대신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그녀를 구박하는 시부모님을 모시는 당골네라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물질을 해서 딸들과 남편, 시부모님을 벌어 먹였지만 자궁에 혹 또는 암이 나서 수술날짜만 기다리고 있죠.

여러 가지로 답답한 삶을 사는 여인인데도 전 그녀의 삶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여자들의 삶이 나오지요.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가난하게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자가 되기도 하고

불과 같은 사랑에 - 하지만 불륜 - 빠진 30대 여자가 되기도 하고

40대가 되어 사랑을 알게 되었지만 그 남자를 떠나보내기도 하고

아이를 지워버리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이상하게 차분해지더군요.

왠지 여러 가지 삶을 경험하고 난 후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두세편의 영화를 보고 난 후 머리속이 엉키는 느낌하고 비슷해요.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면서 그 만큼 세월을 보내버린 그런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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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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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에 그는 이 책 ‘끌림’을 보고 유혹인지 매혹인지 물었다.

나는 책을 읽기전이었기때문에 매혹이라고 대답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이병률의 끌림을 드디어 어제 다 읽었습니다.

에세이 종류를 잘 못 읽는데다가 이 책은 잘 읽히지 않는 편이라서

더 오래 걸렸습니다.



이 책은 ‘끌림’이라는 제목처럼

이병률이 29~39살이 되기까지 10년동안 여행 했던 곳, 사람들, 기억들을 담고 있으며 그가 이끌렸던 것들에 대한 책입니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도 멋지지만 더 멋진 것들은 그의 글입니다.

 

잘 읽히지 않는다는 것은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동굴 같은 깊은 울음도 있습니다.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돼요.

마음이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이병률의 끌림 중에서-

그래서 읽으면서 상당히 피곤했습니다. -.-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라고 탓하지 마세요.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이럴까.....」라고 늘, 자기 자신한테 트집을 잡는데,

문제가 있는 거예요.

-이병률의 끌림 중에서


이렇게 막 찔리는 부분도 있고 괜찮은 책입니다.




그가 이 책 끌림에 대해 다시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충분히 유혹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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