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스웨터>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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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웨터 -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에는 지극히 잘 알려진 몇 가지 상식이 있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줄곧 가난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상식이 파괴하는 책을 만났다. 블루 스웨터, 정말 오랜만에 책다운 책을 만났다.
길가에 한 아이가 있다. 낡은 스웨터 한 장에 앙상한 몸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아이의 모습은 애처롭기만 하다. 만약 내가 지금 이 순간, 그 아이와 마주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블루 스웨터는 단순한 경제적 혹은 지식의 전달이 순간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좀 더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들여서라도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깨우치도록 가르칠 수 있다면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마지막엔 함께 웃을 수 있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한다. ‘블루 베이커리’의 성공에서부터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다양한 삶에 대한 지원 사업에 이르기까지, 저자 재클린의 여정은 모두 다 행복해질 수 있도록 배움을 주고받는 세상에 주목해 왔다.
그녀는 빈곤에 대한 책임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제도적인 결함에 의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본주의의 대두는 여성과 남성,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계급을 분리시키고, 빈곤한 자는 물질을 소유하는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서 오늘날 빈곤에 처한 세계가 스스로 자립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원하는 세계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가진 자의 자기만족을 위해 베푸는 선의가 아닌 진실로 가지지 못한 자에게 필요한 것을 전해줌으로서, 그들 스스로 자립해 나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표이다. 그녀가 이 목표를 세운 것은 불과 내 나이보다 어린 시기에 가난한 빈민층을 위한 소액대출은행, ‘두테림베레’를 세우면서였다.
그녀의 여행이 항상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믿음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는가 하면, 도움을 주고자 원했던 이들에게 거부당한 적도 있었고, 그녀가 알아왔던 사회적 관습이나 문화도 때에 따라선 걸림돌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현명하고 무엇보다도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을 알았다. 그것이 그녀를 오늘날, 눈물과 역경을 이겨내고 투데림베레와 블루베이커리 성공을 이룩한 단 하나의 진리였다.
책의 내용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 인도, 파키스탄에서 주택공급이나 모기장 공급 사업에 대해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는 가난한 사람들이 단순히 정부에 기대 돈만 바라는 거지들이 아닌 스스로 노력하고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스스로 노력하는 삶, 그 속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오늘 재클린을 기억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도움이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NGO 관계자라면 한 번쯤 필독해야 되는 자서전.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시민단체 관계자 혹은 자원 봉사 활동에 관심이 많은 모든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사랑 없는 권력은 무모하고 폭력적인 것이 되고, 권력 없는 사랑은 감상적이고 무기력한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