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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시오리코 씨와 인연이 이어질 때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5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책들은 조용히 '사랑의 행방'을
지켜본다.
이
5권은 내게도 나름의 에피소드가 있는 책이다. 작년,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나는 예비신부의 의무도 저버리고 이 책을 들고 있었다. 예약발매일을 맞춰 샀지만 해외에 있었던 터라, 한국에 갈 때까지 이 책은 내가
읽어주길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책은 다 읽지도 못 했을 뿐만 아니라, 결혼식의 북새통 속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고 몇 달 뒤, 책이 할머니의 가방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5권이라 그런지 사랑이 결실을 맺기 쉬운 봄날을 배경으로
해야 하는 건지, 책도 5월의 고서당을 배경으로 한다. 5권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다이스케의 짝사랑 고백에 대한 시오리코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둘의 사랑 이야기는 이 책의 기본틀인 책을 배경으로 한 숨겨진 사연들을 파헤치는 탐정물의 형식에 조금도 방해되지 않을 만큼 담백하고
필수적으로 가미되어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월간 호쇼]
라는 일본 고서에 관한 정보지 격인 월간 잡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읽은이의 습성이 책에 묻어나게 되는데, 마음에 드는 구절에
부분을 밑줄을 긋거나 책 한쪽 구석을 접어두거나 책에 메모를 하는 것 등이 있다. 월간 호쇼 잡지에 남아있는 읽은이의 흔적으로 책의 주인을
찾아가는 에피소드였는데, 그것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조금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재도
소재거니와,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운 점이 없다는 점.
책의 여자 주인공 시오리코는 책의
이름은 기본이고, 출판사, 출판 년도, 재판되거나 복간된 정보, 책의 스토리 등 자신이 읽은 책에 관한 모든 정보를 기억한다. 그래서 책으로
얽힌 사연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의 감각이 뛰어나다. 이러한 설정에서 자칫하면 불편해질 수도 있는데, 단지 몇몇 것만을 보고도 천재처럼 열발 쯤을
앞서나가 내다보고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우연과 능력이 맞물린 억지가 이 책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이런 것, 나만 하더라도 별로 안 되지만 소장한 책의 이름은 다 알지언정, 책의 저자는 누구인지 읽은 책의 주인공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동네 서점에만 가봐도 서점 사장님은 자신의 서점에 있는 모든 책의 이름과 위치를 정확히 알고 계신다(적어도 내가 만난
서점 사장님은 그러셨다). 본인이 직접 매입을 담당하시고 위치를 정하시기 때문이겠지만, 사장님에게 책 한 권을 들어 이 책 어때요? 하고
물으면 그 책은 이러이러하다며 한마디 얹어주시는 맛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점을 잘 살리고 있다. 겉은 예쁘지만 외골수 책벌레인 여자
주인공을 통해 탐정 주인공이 가질 수 있는 딜레마를 잘 잡아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최근에 이웃분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된 월간 책 잡지, 이름도 비슷한 [비블리아 Biblia]가 생각났다. 한국에 나가면 몇 권
사 와야겠다는 예약까지 얹어서.
『월간 호쇼』 뿐만 아니라, 데즈카 오사무의『블랙잭』,
데리야마 슈지『나에게 5월을』, 리처드 브라우티건『사랑의 행방』까지 5권에서 다루고 있다. 이 중에서 『블랙잭』만화는 우리나라에도 발매되었다.
책 뒷면의 표제
"오래된 책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사람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다"
"책을 사랑한다는 것,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책들은 조용히 '사랑의 행방'을
지켜본다"
의 문장들이 마음에 든다.
'비블리아 고서당'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고서당이지만, 일본 기타가마쿠라 역 근처로 가면 이
고서당이 있을 것만 같다. 또한 후에 나올 책에서는
1권에 나왔던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을
둘러싼 미완결 에피소드가 재등장 한다고.
비블리아 고서당 6권은 5월이나 6월에 나온다고 하던데,
조금만 기다리면 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책이 발매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책 뒷면 표제로 쓰인
"오래된 책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사람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다" 문장으로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