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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가 덮고는, 표지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보았다. 이런 적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는 신호다. 아니, 꼭 마음에 들었다.
위로가 필요한 바로 그 순간, 아니
위로가 필요했다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위로가 됐던 책. 이 책을 읽고 서야 나는
비로소 이런 책을 읽고 싶어 했구나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낸다. 바다 건너 타국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한국에 있을 때도 나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냈다. 도서관을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봐도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닌데 혼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헤쳐왔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은 익숙했다.
혼자 있기
싫어 누군가와 꼭 만날 약속을 잡아야 한다거나,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그리고 자발적으로 혼자 있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 관계에 지친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분류는 '소설 같은 에세이'이다. 유학까지 갔다 왔지만 직장을 때려치우고 카페 매니저로 일하는 정은, 절대 현실에 굴복하지 않으리라 시류에 영혼을 팔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어느샌가 그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설리 등,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상황과 인물들을 통해 때로는 뻔한 말로, 그리고 뻔하지 않은 말들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위로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그
속에서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 '솔리튜드'(solitude)이다. 혼자 있는 것과 외로움은 다른 것이라는 것. 혼자라고 꼭 외로운 것도 아니고, 혼자가 아니라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혼자 ≠ 외로움' 이 동급이 아님을 말하고, 혼자서
스스로를 채우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외로움은 변화의
용광로일 가능성이 높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길이 갈라질 테니까. 변화는 나 아닌 누군가가 되려고 할 때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되려고 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일 게다. 그러니까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변화가 필요할 때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는
자질이기도 하다. p.173
외로움은 콘텐츠의
다른 이름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쌓아놓은 그 모든 것들이, 더 나은 해석을 거쳐 무엇인가 보람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싶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p.239 |
내가 이 책을 읽었던 날은 마침 빨래를 한 날이었고, 빨래의 하얀 냄새가 집을 하루 종일 뽀송뽀송
지켜주었던 그런 기분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나를 참 잘 달래주었다. 그래, 이 말이 딱 맞는 책이었다. 나를 참 잘 달래주었다는
말.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안달 내지 말고 차근히 나를 채워가야겠다. 이 시간, 이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