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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이규원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7월
평점 :
- 돈을 목적으로 한 유아 유괴살인사건의 법정이 열렸다. 모두가 숨죽이고 앉아 사형이
언도되길 기다리며 재판 방청을 하고 있지만, 오직 한 사람, 완전범죄를 꿈꾸는 한 남자가 이 재판을 방청하고 있다. 아니 분석하고 있다! 체포된
피고인을 비웃으며 그의 범죄는 치밀하게 계획할 거라 다짐한다. 이 재판이 끝나기 전, 이 사건을 모방한 유괴사건이 발생한다.
모방
범죄를 저지를 범인이 그 모방 범죄의 시초로 삼을 재판을 방청하며 자신의 모방 범죄를 음모한다는 설정, 시작부터 끌어당긴다. 일본의 '모토야마
사건'라는 실제 범죄를 참고로 한 논픽션과 법정 미스터리가 만났다. 약간은 두툼한 두께지만 가독성으로 무장하고 최소 세 시간의 재미를
보장하니, 꼼짝없이 책을 붙들고 앉아 끝까지 읽는 수밖에. 이런 이야기의 힘은 [64]를 읽은 이후 오랜만에 느껴본다. [64]와는 소재도
비슷해서 더 생각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과 필적한다라고 쓰려보니 다카기 아키미쓰는 1950~60년대 주로 활약했던 작가이자 지금은 유고한
분이고, 요코야마 히데오는 90년부터 활약한 한 시대 뒤의 작가이니 반대로 말해야겠다. 이 책은 마지막 한 장에 모든 트릭이 풀리는 본격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구조는 아니다. 실제로 발생한 유괴살인사건의 법정을 저자가 직접 방청한 것을 바탕으로 사회파적 성격이 뚜렷한 법정 미스터리에
본격 미스터리 요소를 적절히 가미했다고 한다.
'모방
범죄'라는 따라할 게 없어 누군가의 범죄 아이디어를 따라 해, 성공했으면 성공한 대로, 실패했으면 보완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나는
우려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우려스러움을 이 책은
완벽히 재현해내었다. 자신이 저지를 범죄로 잡힌 범인의 재판을 방청한다는 또 다른 범죄 전술을 보여준 것이다. 책에 설정 그대로 따라해 완전
범죄를 그릴까 무섭지만, 그렇다는 건 잡을 수도 있다는 거니깐 안심해야 할까. 책에서는 언제나 범인이 잡혔지만, 자신은 안 잡힐지도 모른다는
범인들의 우매한 자신감으로, 그리고 날이 갈수록 지능적이 되어가는 완전범죄를 꿈꾸는 이들은 어디에서나 나타나 미결 사건을
만든다.
'다카기 아키미쓰 명탐정 시리즈'라는 게 있는데, 그중 이 책과 [파계 재판]은
'하쿠타니 센이치로 변호사'가 등장한다([파계 재판]을 재밌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과 같은 변호사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범인이 누구인지, 동기가 무엇인지 보다 범인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더 궁금했는데, 그의 여장부 아내가 인해전술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말이지 짜릿했다.
다카기 아키미쓰의 책은 믿고 읽을 수 있음을 [파계 재판]을 통해 깨달았고,
[유괴]가 확신을 더해주었다. 검은숲 출판사에서 나온 신간 [대낮의 사각]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