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철학수업 - 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5
이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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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편지를 한 달 만에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통상 일주일이면 도착했을 편지가 어디에서 3주간을 더 머물러 있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편지를 넣었던 아파트 건물 안 조그만 우체통을 우체부 아저씨가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늦게 수거했을까? 우체부 아저씨 가방 한 구석에 끼어 있었을까? 느리게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갔을까? 한 달을 걸려 천천히 바다를 넘은 그 편지는 가는 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편지에게도 빨리 도착하고 싶다는 자유의지가 있을까?

그러다 일주일 안에 도착하든 한 달 만에 도착하든 보낸 편지가 수신자에게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은 우편 체계가 아닌 '편지'가 제 임무를 다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퍼득 들었습니다. 장소의 자유는 얻었지만 그럼에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이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이 마당에 편지의 자유의지를 걱정하고 있는 제가 조금은 바보같이 느껴졌습니다.

 

 

 

 20강의 명강의로 채워져 있는 이 책의 '머리말'과 '들어가며'를 읽고는 책으로 얼른 들어가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삶에 그때마다 끼어드는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은 고통을 잊고 삶을 매끄러운 꿈으로 봉합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그 힘겨운 노력인지도 모릅니다. 고통이 끼어든다고 해도 그건 사실 그때뿐일 텐데, 그걸 잊기 위한 노력은 매일 한시도 중단해선 안 되는 것이니까요.

 

 생각해보면, 큰 고통이나 상처는,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대면할 작은 용기만 있다면, 새로운 삶의 기회가 됩니다. 고통과 대결하면서 사람들의 삶은 크고 강해지지요. 삶의 크기란 넘어서야 할 고통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이지요. 반면 고통을 피하기 위한 일상의 근면함이 고통과 대면하지 않기 위한 꿈의 일부가 된다면, 삶은 작아져가기 십상입니다. 그때 대결해야 할 것은 밖에서 다가오는 고통이 아니라 안에서 반복하여 일어나는 자신의 누락된 피로감이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피로감이 클수록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 내며 대단한 일인 양 대하게 되고,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넘어서야 할 고통을 회피하면서 점점 작은 일들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손쉬운 도피처를 찾게 되지만, 그것이 삶의 고통을 덜어줄 리 없습니다. 반대로 고통을 느끼는 일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줄 뿐이지요. 점점 더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고통을 느끼게 해줄 분이지요. -머리말 중

 

 

 

 억압이나 구속의 부재, 이런저런 선택의 가능성, 이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인지는 모르지만, 그것 자체로 자유로운 삶을 뜻하지는 않는다. 나를 둘러싼 '자유로운' 제도나 조건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진 못한다.

 

 

 어디선가 니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자유는 무엇에 의해 측정되는가? 극복되어야 할 저항에 의해, 위에 머물기 위해 치러야 할 노력에 의해. 최고로 자유로운 인간 유형은 최고의 저항이 끊임없이 극복되는 곳에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높은 곳으로 오르려는 이들, 그러기 위해서 어떤 저항을 극복하려는 이들, 이들이 바로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가, '한 줌의 용기'가 있어야 한다. 외면하고 싶은 고통과 쿨하게 대면하기 위해선, 순종을 요구하며 다가오는 삶의 명령어들을 마주보기 위해선, 그것을 나의 삶에 대한 저항으로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면, 약간의 용기가 있어야 한다. -들어가며 중

 

 

 

 

 

 

 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를 외치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에는 자기계발서의 그것, 뻔한 말들의 조합일까를 조금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몇 줄 이내 바로 사라졌습니다. 이 추천글을 올리는 것도 사실은 작은 한 줌의 용기가 필요한 것이지요. 철학이라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누군가'라는 말로 표시된 빈자리를, 자신을 주어로 채우려는 저라는 독자의 이 글에 의해, 또 다른 '누군가'가 응답을 한다면 이 글은 그걸로도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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