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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소재가 그득하다. 시간여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이고, 기억의 흔적이란 소재도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다. 『점퍼』나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주인공들처럼 시공간을 타임슬립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주인공 궁극의 아이 신가야는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쓰는 자들에 의해 어머니의 죽음을 막지 못하자, 자신이 죽기 5일 전, 10년 후의 5일을 그들을 향한 복수의 시간으로, 과거에서 미래로의 운명을 세팅해 놓는다. 과거에 주인공이 10년 후에 도착하게 끔 보내 놓은 편지를 받는 사람들은 주인공의 10년 전 주문대로 계획에 동참하였는지 알지도 못한 채 한 가지씩의 행동을 해나간다. 그 결과로 정확히 10년 뒤, 하루에 한 명씩 죽어나가기 시작하는데. 10년 전에 보내 10년 후 도착하는 ‘느리게 도착하는 우체통’에 넣은 듯한 편지는, 그 편지를 펼쳐 본 이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50통, 아니 500통의 답장을 쓰더라도 막고 싶은 행운의 편지가 아니었을까.
재독을 해서인지 주인공 외에는 이름을 잘 외우지 않는 내가 세계를 움직이는 검은 5개의 손 중, 오귀스트 벨몽, 킨테마이어의 이름을 기억해서 책을 찾지 않고도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기억이란 참 신기한 특성임에 틀림없다. 고작 이 두 가지를 외우고도 이렇게 호들갑이니 여자주인공이 태어난 이후에 일어난 모든 기억을 기억한다는 ‘과잉기억증후군’은 어찌 보면 재앙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외국인들의 이름을 사용해서인지 우리나라 소설답지 않게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을 준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에 이정도의 장르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있었어 하는 평을 종종 보았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기존의 우리나라 작가들의 역량을 과소평가한 듯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렴 어떠리. 우리나라 미스터리 소설을 추천해 달라는 말에 주저 없이 내가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