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 요코야마 히데오의 [제3의 시효]과 [사라진 이틀]에 이어 [64]라는 작품을 읽었다. 작가의 10년의 정수가 들어갔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탄탄한 구성으로 세월의 흐트러짐 없이 잘 정비하여 내놓은 책이다. 바티칸의 '천지창조'를 그리기 위해 꼬박 4년 6개월을 천장에 바쳐 완성한 미켈란젤로의 대작을 보는 느낌이랄까. 689페이지라는 어마한 장정이라 시작하기 전부터 각오를 해야 했지만 이 책을 읽기 위해 꼬박 하루를 다 바쳤다. 중간에 놓고 싶다는 생각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토리를 따라갔다. 오히려 이런 스릴감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한 번 읽고 말 책은 절대 구입하지 않는데, 이 책은 경찰이 된 친구들, 그리고 아직 경찰 간부와 검찰에 들어가려 공부하는 내 친구들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요코야마 히데오를 처음 접한 [제3의 시효]를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이 작가 보통이 아니다. 흡사 미국의 존 그리샴과 마이클 코넬리와 견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이것을 쓰지 않고 죽을 수는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일본인 특유의 사념들이 많이 들어가 지루해질 수 있었지만 그것까지도 경찰관의 깊은 고뇌를 파악하기엔 이 정도는 필요하지라고 생각들 정도로 적당히 충족했다.

 

 

  


 

 

[요코야마 히데오가 소설을 쓸 때 기본적으로 취하는 자세는 "등장인물에게 강한 '압박'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압박"이라는 것은, 등장인물에게 꼭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나는 상황을 말하는데요. <그늘의 계절> <동기>의 등장인물이 그 전형적인 인물이죠. 굳이 범죄에 휘말리지 않는다고 해도 '조직 내에서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에 쫓기는 인물들. 주인공들이 겪는 그런 상황들이 조직에 속한 우리 독자들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리얼리티를 부여합니다.]

_한 인터뷰에서  

 

 

 

[일본 원서 표지]

 

 

 

큰 틀에서 줄거리를 설명하기에도 이 많은 것을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방대한 서사를 자랑하며 여러 큰 줄기를 단단히 뻗쳐놓았다.

 

1. 쇼와 64년, 한 초등학생 소녀가 유괴되었다. 범인은 2천엔(약 2억 원)의 돈을 챙겼지만 유괴된 소녀는 며칠 뒤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그 뒤로 범인을 찾지 못한 채 14년이 지났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들은 이를 쇼와가 남겨준 과제로 기억하고 있다. '64'라는 이름과 함께. 경찰 홍보부 홍보담당관인 미카미는 경찰청장이 미제 '64'사건으로 유가족을 방문할 예정이니 유가족을 찾아가 허락을 받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로 인해 1년의 시효를 남기고 있는 '64'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2. 8개월 된 임산부가 운전하던 도중 지나가던 노인을 차로 쳐 결국 사망케 했다. 하지만 임산부 보호를 들어 익명성을 고집하는 경찰, 그에 맞서 실명 공개를 주장하는 기자단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보이콧 철회를 위해 경찰의 창문이 되어 줄 홍보부가 기자단(언론)을 상대하는 장면들.

 

3. '64' 유괴사건 수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경찰은 이를 은폐했고, 이는 '고다 쪽지'라는 이름으로 남았지만 고다는 사라졌다.

 

4. 경찰 내 형사부와 경무부의 대립관계, 캐리어와 논 캐리어의 관계(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런 설정을 잘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경찰과 언론의 관계 등 경찰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해 잘 보여준다. 

 

5. '64'사건과 비슷한 유괴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는 '64'를 표방해 부모의 돈을 뜯어내려는 자식의 유괴 자작 사건일까, 진짜 유괴사건일까?

 

 

 

하지만 이 단단하게 얽힌 실뭉치도 유기적으로 잘 감겨져 있어 고리가 슬슬 풀려가는 재미와,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하는 긴박함을 더해 마무리까지 아쉽지 않았다. 영화도 제작되도 좋을 스토리구성과 완성도이다. 많은 분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것 같지만, 끝까지 읽은 사람은 최고라고 인정할 수밖에 책, 요코하마 히데오의 [64]이다. 이 작가를 작품을 읽은 당신은 읽기를 포기하거나, 읽지 못한 사람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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