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이 다가올까.
한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씩 통과해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작년 처음으로 헌 책방에 갔을 때, 이 책을 집어왔다. 처음으로 방문한 헌책방에 처음으로 읽어보는 신경숙 작가의 책. 첫 장을 펴보니 사인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가지고 그 주에 있었던 신경숙 작가의 사인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작가님께 보여드렸다. 이 책을 헌책방에서 샀는데 누군가가 작가님께 사인받은 책을 팔았고 그 책이 나에게로 왔다고. 작가님은 이를 듣고는 신기해하셨다. 그리고 웃으시면서 이도 인연이니 기억하겠다고 해주셨다. 작년 4월에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책을 읽으며 조마조마했었던 기억이 났다. 신경숙 작가가 이리도 유명한데 얼마나 잘 쓰는지 확인해볼까? 하는 심리였던 것 같다. 줄거리만 탐독했던지라 책을 다 읽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책을 읽기 전과 책을 읽은 후가 다르지 않았던 거다.
일 년이 지나고 다시 5월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매년 5월이 되면 이런 책들을 읽자고 나에게 약속했었던 터였다. 책을 펼치고 프롤로그를 읽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먹먹하고 막막한 두 단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그 사이에서 마음이 울렁거렸다.
뉴스에서 세월호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가 인터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웃지 않는 것은 물론 서로 '수고했다'고 말하지 않으며, '맛있게 드세요'와 같은 말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저 느끼고 있을 뿐이다. 무언가를 참음에 귀 뒤가 아파져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잊지 않는 것, 그리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펼쳐들고 읽는 것뿐이다. 그저 기억하는 것뿐..
[밑줄긋기]
이렇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이 다가올까. 한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씩 통과해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210
어떤 시간을 두고 오래전, 이라고 말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전, 이라고 쓸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는 것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358
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잊.지.말.자, 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언제든 내.가.그.쪽.으.로.갈.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작가의 말) 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