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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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돈으로 산 첫 세계고전문학『위대한 개츠비』. 동명 영화가 개봉함에 따라 출판사별 과열경쟁이 한창이었던 시기에 영문판도 함께 주는 소설가 김영하 번역의 문학동네 출판사 판본을 선택했다. 2013년 5월에 있었던 '김영하 작가와 같이 읽는 『위대한 개츠비』' 도 참석했었고. 이후 디카프리오 주연의 동명 영화도 챙겨 봤고, 빨간책방 팟캐스트에서 '위대한 개츠비 편' 문학동네&민음사&열림원 번역을 비교한 방송도 들었다. 책과 영화, 라디오까지 여러 매체를 통해 이 작품을 접했던 터라 오히려 리뷰 쓰기가 부담이 들었다.

 

 처음으로 책이 쓰인 배경에 신경을 쓴 책이기도 한데, 책 뒤에 있는 시대적 배경에 관한 역자의 해설을 읽고 난 후에야 이 책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이 출간된 1925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이 아직 초강대국으로 등극하기 전이다. 희망적인 눈빛으로 바다 건너 이스트에그의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는 개츠비를 신생 강대국인 미국의 모습과 인격화하여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아메리칸드림으로 마음을 채우던 시대에 1920년 초반부터 경제 대공황에 이를 때까지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었고, 부자들 사이에서도 웨스트에그의 신흥머니계급과 이스트에그의 올드머니계급으로 차이가 존재했다.

 

 

 손 잡힐 듯 가까운 건너편 데이지 집에서 잊지 말라는 듯 반짝이는 '초록색 불빛'을 매일 바라보며 희망을 키운 개츠비. 그는 너무나도 성공하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데이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손에 묻은 피와 돈의 더러운 냄새는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이름하에 정당화되었다. 그리고 위대하지 못 했던 개츠비의 위대한 사랑 이야기.

데이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지만 끝내는 버림받는 개츠비가 문득 인어공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녀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바치고 간신히 인간의 다리를 얻어 그리도 원하던 왕자를 만났지만 왕자는 다른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되고, 결국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공주의 사랑을 바보같은 것이라고 표현하지 않듯, 물거품이 돼버린 그의 사랑도 위대한 것이라고 느껴졌다.

 

 

 만일 누군가 나에게 이 소설을 단 한 줄로 요약해달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들"이라고. 개츠비에게는 데이지라는 목표가 있었고, 데이지에게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저항이 있었다. 지친 윌슨은 엉뚱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 몸이 뜨거운 그의 아내는 달려오는 자동차를 잘못 보고 제 몸을 던진다. 작가인 피츠제럴드마저도 당대의 성공과 즉각적인 열광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 표적들을 향해 쏘아올린 화살들은 모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꽂혔다. 난데없는 곳으로 날아가 비로소 제대로 꽂히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이다. _김영하 해설 중 p.242

 

 

 

 

 

[밑줄 긋기]

 우리는 모두 몸을 돌려 개츠비를 찾았다. 쑥덕거릴 만한 것도 별로 없는 사람들조차 개츠비에 대해서는 열심히 수군댄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개츠비가 세상 사람들에게 낭만적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증거였다. p.60

 

 

 그들은 소파의 양끝에 않아서 마치 어떤 질문 하나가 던져졌거나, 아니면 던져진 질문이 아직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고 허공에 떠있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까의 당황한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데이지의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 돼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거울 앞으로 달려가 손수건으로 번진 화장을 급히 지웠다. 놀라운 것은 개츠비의 변화였다. 그는 문자 그대로 타오르고 있었다. 환희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 없이도. 그로부터 뻗어 나온 새로운 행복의 광휘가 온 방을 가득 비추고 있었다. p.113

 

 

 "영국에서 옷을 사서 보내주는 사람이 있거든. 봄가을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엄선해서 보내준다고."

 그는 셔츠 더미를 끄집어내 우리 앞에서 하나하나 펼쳐 보여주었다. 얇은 리넨과 실크, 질 좋은 플란넬 셔츠들이 테이블 위로 던져져 다채로운 색깔로 뒤엉켰다. 우리가 감탄할 때마다 그는 더 많은 셔츠를 가져왔고, 이 부드럽고 사치스러운 언덕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문장이 새겨진 줄무늬 셔츠, 산홋빛의 체크무늬 셔츠, 사과빛 푸른 셔츠, 인디언 블루의 이니셜이 새겨진 라벤더빛 혹은 연한 오렌지빛의 셔츠들. 그 순간 갑자기 데이지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얼굴을 셔츠 더미에 파묻고 격렬하게 울지 시작했다.

 "너무, 너무 아름다운 셔츠들이야." 그녀가 흐느꼈다. 두꺼운 셔츠 더미에 파묻혀 그녀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려왔다. "너무 슬퍼. 한 번도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들은 본 적이 없거든."

 

(...)

 

"안개만 없었다면 해협 너머에 있는 당신 집도 보였을 텐데." 개츠비가 말했다. "당신 집 잔교 끝에는 언제나 초록색 등이 켜 있더군."

 데이지가 갑자기 팔짱을 껴왔다. 하지만 개츠비는 조금 전에 자신이 한 말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 초록빛의 심대한 의미가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데이지 사이를 갈라놓았던 그 광대한 거리에 비하면, 그 초록빛은 거의 데이지를 만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로 느껴졌을 것이다. 달 주위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말이다. 이제 그것은 그냥 잔교 끝의 초록색 등으로 돌아와 있었다. 찬탄의 대상 중 하나가 줄어든 것이다. p.117-118

 

 

 작별인사를 하러 간 순간, 나는 개츠비의 얼굴에 다시 돌아온 당혹스러움을 발견하였다. 현재의 행복에 대한 희미한 의심이 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돌아보면 거의 오년의 세월이었다. 그날 오후만 해도, 눈앞의 데이지가 그가 꿈꾸어왔던 데이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오래도록 품어왔던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환상의 생생함 때문이다. 그것은 그녀를 넘어서고, 모든 것을 넘어섰다. 그는 독보적인 열정을 가지고 그 환상 속에 뛰어들어, 하루하루 그것을 부풀리고 자신의 길에 날리는 온갖 밝은 깃털로 장식해왔던 것이다. 아무리 큰 불도, 그 어떤 생생함도, 한 남자가 자신의 고독한 영원에 쌓아올린 것에 견줄 수 없다.

 내가 그를 바라보는 동안 그는 표정을 수습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귓전에 대고 뭔가를 속삭일 때면 감정이 북받치는 듯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 뜨거운 열정으로 거세게 요동치는 그녀의 음성에 그는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아무리 오래 꿈꾸어도 결코 질리지 않을 그 목소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영생불멸의 노래였다. p.121

 

 

 그가 원한 것은 데이지가 톰에게 돌아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난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었어." 그녀가 이 선언으로 지난 삼 년을 모두 무마시키고 나면, 그들은 좀더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자유로워진 그녀와 함께 루이빌로 돌아가 그녀의 집에서 결혼하는 것이었다. 마치 오 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p.139

 

 

"누구 시내 나갈 사람?" 데이지는 집요했다. 개츠비의 눈길이 그녀 쪽으로 움직였다. "아." 데이지가 소리쳤다. "당신 너무 멋있어."

 그들의 눈길이 마주쳤고, 마치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듯 서로 얽혔다. 데이지는 애써 눈길을 테이블 아래로 떨구었다.

"당신은 언제나 멋있어." 그녀는 반복해서 말했다.

 톰이 있는 자리에서 개츠비를 사랑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셈이었다. 톰은 깜짝 놀랐다. 입을 벌린 채 개츠비를 바라보다가 마치 오래전에 알았던 사람을 방금 알아본 듯이 데이지를 돌아보았다. p.149

 

 

 선로가 구부러지면서 이제 기차는 태양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태양이 더 낮게 기울어지면서, 그녀가 저 사라져가는 도시 위로 마치 축복이라도 내리듯 빛을 흩뿌리는 것 같았다. 한 움큼의 공기라도 더 움켜잡으려는 듯, 그녀로 인해 빛을 발했던 곳의 파편 하나라도 건지려는 듯, 그는 필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그러나 이제, 눈물이 번진 그의 눈에는 모든 게 너무나 빨리 지나가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그 도시에서 가장 멋진 것, 제일 좋은 것을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p.190

 

 

 그곳에 앉아 그 옛날 미지의 세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가 문득 개츠비가 데이지네 집의 잔교 끝에서 빛나는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의 놀라움에 생각이 이르렀다. 바로 이 파란 잔디밭까지 오기까지 그는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 이제 그의 꿈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었다. 그는 몰랐다. 그는 몰랐다. 자신의 꿈이 어느새 자기 등 뒤에, 저 뉴욕 너머의 혜량할 수조차 없는 불확실성 너머, 밤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미국의 어두운 들판 위에 남겨져 있었다는 것을. p.224

 

 

 

재독: 201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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