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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 뉴스에서 요양원에 입원 중이던 70대 치매노인이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환자를 목 졸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환자는 자신의 행동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치매 가정에서 일어난 자살이나 살인 사건은 알려진 것만 10건에 이른다. 본인도 힘들지만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는 질환 '치매'가 이제는 살인을 부르는 질병이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31년간 존경을 받으며 성실하게 근무해온 경찰간부가 아내를 목 졸라 살인하고 자수를 했다. 이유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가 제발 죽여달라고 부탁한 촉탁살인에 의한 것. 하지만 살인을 하고 자수를 하기까지 이틀의 공백이 있다. 이 책은 살인을 한 동기와 범행 자체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수를 하기까지의 이틀간의 공백에 카지(살인한 경찰관)가 무엇을 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경찰소설'로 유명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2003년 작 [사라진 이틀]이다.
알츠하이머란 설정으로 기억나는 것은 치매의 상황에서도 주인공의 예쁘고 아름다웠던 사랑의 모습이 기억나는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이다. 이 영화에서의 결말은 결국 알츠하이머 여자 주인공의 요양원행이었지만, 이 책에서의 사건은 죽음으로 점을 찍는다. 책은 6개의 챕터로 나뉘어 경찰, 검사, 기자, 변호사, 판사, 교도관의 시선으로 사건을 마주하는 입장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짜임새 있는 구조로 사건을 서술하기 때문에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두드러지고 각자의 처지에서 우리가 알지 못 했던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알츠하이머(치매)는 병을 가진 본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비단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문제가 된다. 판결문을 작성하게 된 판사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다 그 아내와 나눈 대화들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판사의 아빠도 알츠하이머이고, 판사의 아내가 시아버님을 보살피고 있는 상황_ 아내의 대사 모음)
"나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죽게 해달라고, 아버님한테서. 당신이 슬퍼할 것 같아서 말을 못 했어요."
"벌써 2년 전이에요. 가끔씩 아버님이 보통 때로 돌아오는 때가 있었던 시절이에요. 아버님은 겁을 먹고 계셨어요. 당신이 망가져가는 것을 느끼셨던 거죠. 그래서 나한테 말했어요. 눈 딱 감고 죽여줬으면 좋겠다. 죽게 해달라고."
"난 할 수가 없었어요. 할 수 있을 리 없죠. 사람을 죽이다니..."
"하지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당시.... 아버님이 나가버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바라고 있었어요. 머리를 깎으러 가서 그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스스로 죽어주면 좋을 텐데, 하고."
"그러니까 카지라는 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에요. 부인의 마음도, 아려올 정도로 잘 알아요. 자식이 자신보다 먼저 죽어 버리다니, 어머니로서 가장 괴로운 일이잖아요? 나도 타카시나 마사미가 죽고, 그 이름과 기일을 잊어버린다고 생각하면 죽고 싶어질 게 분명해요. 분명 당신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할 거예요."
"카지 씨는 그걸 잘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부인을 죽인 거지요. 자신의 손을 더럽히면서."
카지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런 따뜻함은 이 세상에 없어도 돼. 스미코(판사의 아내)의 따뜻함을 후지바야시(판사)는 선택할 거다. 죽이지 않는 따뜻함을-.
p307-309
초고령화 사회가 진입함에 따라, 공포스러운 질병의 환자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족이 더 힘든 병 '치매'는 우리나라에는 50만 명 이상, 전 세계에 4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질병이라고 한다. 이를 더 이상 가족 내부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에서 나온 일본의 '개호보험 제도'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란 이름으로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요양법
우리나라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으로 2007년 제정되어 2008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치매, 중풍)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가사활동 지원 등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우리가 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료에 6.55%가 이미 장기 요양 보험료로 측정되어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노인성 질병에 걸렸을 때, 요양비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은 가까운 건강관리공단에서 가능하다.
장기요양보험에 관한 공단 홈페이지: http://www.longtermcare.or.kr/
살다 보면 삶보다 죽음을 부르는 때가 있다고 한다. 법으로 정해진 안락사 이외에 '자비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치매의 수렁에 빠진 현 사회에 그나마 가족을 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잘 시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은 전쟁으로 점철된 기나긴 전국시대를 지나왔다. 전장에서 사람이 죽는 일은 아주 흔하다. 그래서 전국시대부터 일본의 사회 풍조는 죽음 자체보다도 어떤 모양의 죽음인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으며, 일본 특유의 죽음의 미학, 자살의 미학 등도 거기서 비롯되었다. 이 작품에서도 왜 카지(경찰관)는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는가가 계속 중요한 의문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의 문화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는 사항임을 이해했으면 한다.
(옮긴이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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