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배심원
아시베 다쿠 지음, 김수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희망도 기회도 없는 작가 지망생 다카미 료이치에게 어느 날 학교 선배이자 편집자가 찾아온다. '인공 누명 계획'이라는 기묘한 계획으로 그를 작가로 성공시켜주겠다고 하는데. 없는 살인사건을 만들어 자신이 범인으로 체포된 후에 사실은 이것은 '무고한 죄'로 조작된 사건이다를 밝히는 증거를 세상에다 내놓아 누명을 쓴 과정을 책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과거 언론에 의해 상처를 받은 적 있는 주인공은 인공 누명 계획으로 언론을 기만하고 작가로 성공하고자 했으나 뜻밖의 위험에 빠진다. 가짜 살인사건인 줄 알았던 누명 계획이 진짜 살인사건으로 밝혀진 것이다! 놀랍게도 O형이었던 그의 혈액형은 A형으로 바뀌어있고, DNA검사 결과도 그를 살인자로 지목한다. 그는 꼼짝없이 살인죄를 뒤집어쓰게 되는데. 그때 단 한 사람, 그의 변호사 탐정 모리에만이 그를 믿어준다. 전쟁 후 첫 배심 재판으로 그는 어떠한 평결을 받을 것인가.

 
 
 이 책은 일본 현행법 하의 배심원 제도가 아니라, 1998년도에 일본에서 출간된 배심원 제도 도입에 관한 책이다. 당시 일본에서 배심원 제도는 전혀 상정되지 않고 있었다. 일부에서 부활 운동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국민의 사법 참가를 실현하려는 기운은 딱히 높지 않았고 오히려 대단히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그러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집필되었다. (-머리말) 
 
 선진국에는 다 있는 배심 제도가 왜 일본에는 아직도 실행되지 않는 걸까 하는 저자의 의심으로 시작하여 집필된 책이 출간된 후, 일본 배심 제도가 다시 부활했다. 이 책은 일본 전쟁 전의 '배심제'를 기초로(법률로는 아직 입법화되어있다고 한다) 매 사안마다 일반 국민으로부터 무작위 선발된 열두 명의 배심원이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심리에 참가해 검찰-변호 쌍방의 증거 조사에 입회하여 사실 인정의 판단을 맡아 원칙적으로 전원 일치로 유죄 무죄를 평결하며 거기에 기초한 판결은 직업 재판관에 맡기는 소배심 제도를 따르고 있다. 

 이 책은 일반인의 사법 참여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점을 이용해 배심 제도를 악용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책의 도입부에서 사건의 전말은 밝혀져있었다. 만들어진 사건이기에 주인공은 범인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짜였던 시체는 실제로 살해된 시체로 밝혀지고 주인공을 통해 누군가의 범죄가 감춰지려 한다. DNA감정은 믿을만한 조사 방법인가? 혈액형이 바뀌고 DNA도 조작되어 주인공은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변호사는 배심원들에게 '합리적인 의심'과 더불어 유죄 평결은 무죄, 무죄 평결은 유죄라는 어려운 평결을 주문한다.   
 
 

 

 1. 일본의 '재판원제'
 책이 출간될 당시 일본은 현행법 하에 배심제 제도를 두고 있었으나 전쟁 후 잠정적으로 휴지기를 맞고 있었다. 2001년 사법 제도 개혁 심의회가 정리한 의견서 안에서 도입이 제언되어, 2004년에 '배심원이 참가하는 형사재판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정령에 의해 '재판원제'라는 이름으로 2009년부터 시작했다. 직업 재판관 세 명과 매번 바뀌는 재판원 여섯 명이 사실 인정부터 양형까지 담당한다.
 

 2.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
 우리나라는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08년 1월 1일부터 '국민참여재판' 이라는 이름으로 형사재판에 한정한 배심원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2008년 2월 12일 대구지방법원에서 배심원이 참여한 첫 국민참여재판으로 첫 시작을 열었다. 영미권의 배심원 제도와 달리 우리나라 배심원 판결에는 권고적 효력(Pursuasive Authority)만 있을 뿐, 법적 구속력(Binding Authority)이 없다.

 

 

 
 
 
 470페이지라는 묵직한 양에도 불구하고 한큐에 읽어버린 책을 만났다. 암, 미스터리 소설이란 이런 맛이지. 저자는 이 책을 역본격 추리소설이라 일컫는다. 본격 추리소설만의 트릭을 밝혀가는 스릴, 법정 소설다운 검사와 변호사와의 뜨거운 공방, 더불어 배심 제도의 합리적인 의심까지 이 책은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유죄 평결은 무죄, 무죄 평결은 유죄라는 어려운 평결의 주문 결말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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