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들 -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56일간의 기록
장미정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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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정 징역 일년, 하지만 프랑스든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했다. 일 년, 일 년이라고? 지금껏 교도소에서 보낸 기간이 일 년 사 개월, 가석방 후 보호감찰을 받으며 보낸 세월만 팔 개월이었다. 몸과 마음이 망신창이가 되었던 지난 이 년의 시간들은 내가 치러야 하는 죗값의 두 배였다. 
모든 게 서류 때문이었다. 그 한 장의 서류 때문에 나는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필요한 고통 속에 내팽겨쳐진 거였다. 이미 일 년 전에 내 죗값은 끝나 있었다. 나는 한국에 돌아갔어야 하는 몸이었다. p.207
 
 
 
 2004년 10월 30일, 대한민국 평범한 주부 장미정 씨는 10년지기 오랜 지인에게 속아 자물쇠로 잠겨 코카인 17킬로그램이 든 트렁크를 소지하고 있다가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소지죄로 공항 경찰로부터 적발되었다. 그녀는 마약 현행범으로 낙인 찍힌 채 재판도 받지 못하고 구치소에 투옥되어 있다가 몇 개월 뒤, 사전 예고도 없이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에 있는 뒤코크 교도소로 강제 이송되게 된다. 1년 4개월의 수감생활 후 그녀는 임시석방 되었지만 법원 관할 아파트에서 보호감찰을 받으며 재판을 기다려야 했다. 2006년 4월 5일 추적 60분의 방송을 통해 그녀의 이야기가 한국에 알려지게 되고, 네티즌들의 구명활동과 프랑스의 유명한 인권변호사로부터 무료로 변호를 받게 되어 간신히 2006년 11월 8일 재판을 받고 2년 만에 가족들에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잃어버린 날들』은 저자가 마르티니크 섬에서 쓴 실제 수기로 어떤 문학적 수사도, 상황을 긴박하게 만들거나 과장하는 허구적 장치도 하나 없이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느낌을 진솔하게 적은 회고록이다. 하루아침에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국제적인 마약사범이 되어 수갑을 차게 된 그녀가 원한 것은 무죄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판결을 받고 주어진 죗값을 치르는 것이었지만, 재판은 기약도 없이 연기되고 또 연기되었다. 프랑스 법정에서 국선변호인을 지정해주었지만,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프랑스인 변호사와의 소통은 불가능했다. 이따금 법정에 출두해서도 판사는 서류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그녀에 대해 재판 날짜를 미루는 게 고작이었다. 심지어 그녀에게 마약을 운반하게 한 주범이 한국에서 체포되었다는데, 정작 단순가담자인 그녀의 사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어째서 한국대사관에서는 프랑스 법원에서 요청한 재판 서류를 즉각 전달하지 않았을까. 마침내 받은 재판에서 선고받은 형보다 이미 수개월을 초과하여 형을 살았음에도 그녀가 침묵하기로 한 것은 왜일까. 왜 프랑스 변호사는 그녀에게 대한민국 정부에게 소송을 걸도록 권유했을까?
 
 
 장미정씨를 꾀어 가방을 운반하게 한 '장미정 사건'의 주범 조씨가 브라질에서 검거된 후 한국으로 송환되어 2005년 7월 재판과정에서 주인공 장미정씨의 결백을 증언하였다. 이 판결 내용은 그녀의 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데도 대사관은 이 자료를 검찰로부터 받고도 마르티니크 현지 재판부와 검찰에 보내지 않았다. 추적 60분 보도에 대한 외교부의 입장문에서는 2005년 11월 24일 영사명의의 서한과 함께 판결문을 국선 프랑스 변호사 경유 담당판사 앞으로 보냈다고 하는데 변호사와 판사는 아무런 서류를 받지 못했다고 하여 2006년 3월 22일 재송부하였다고 한다. 책에서의 입장과 차이가 있는 부분인데 어찌됬건 1년이나 지나 법원에 전달된 것이 문제가 됐다.
또한 장미정씨는 자신이 마약을 운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운반했기에 기망 또는 과실에 의한 마약 소지 및 운반죄가 되는데, 프랑스 법원에서도 단순 가담으로 보는 저자를 외교부에서 중범죄(중범죄로 보려면 고의가 있어야 함-주범이 재판을 통해 저자를 단순가담으로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로 보고 마약인지 몰랐다는 것은 개인의 사정이라는 입장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 헌법에 따르면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어떤 그리고 어디까지의 보호의무가 행해져야 재외국민을 제대로 보호했다고 인정받는 것일까. 프랑스 법원이 선고한 것은 1년의 죗값이었다. 2년이 된 1년의 죗값은 아무리 추후에 보상을 받는다 해도 치유되지 않는 것이다. 이마저의 보상을 청구하지 않은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해외에 수감된 한국인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해외에서 수감 중인 한국인이 1088명이다). 해외의 한국 대사관들에 묻고 싶다. 면회는 가봤는지, 이 사람들이 왜 감옥에 갇혀 있나 제대로 아는지. 외교부 관계자에게도 말 좀 전해달라. 나도 (외교부를) 이해할 테니, (외교부도) 나 좀 이해해달라고." -시사IN 2014.01.03 기사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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