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연인들
정영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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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 내일의 연인들, 더 인간적인 말,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 기적의 시대, 서로의 나라에서, 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 두 사람의 세계 이렇게 여덟 개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모든 단편이 다 좋지는 않았다. 좋았던 단편을 꼽자면 <우리들>, <내일의 연인들>, <더 인간적인 말>, <기적의 시대>다.






<우리들>을 읽고서는 이전에 경험한 적 있던 좋지 않은 관계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을 다시 쓴다는 건 전혀 다른 과정이 되리라 생각하는 인물이 인상깊었다. 




[만약 어떤 식으로든 글을 완결 짓게 된다면(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이지만) 나는 그걸 연경에게 보낼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그게 좋은 생각인지 알 수 없어졌다. 이미 그 일들은 연경에게서 아주 멀리 떠나왔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것을 복기하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니까. 그것은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새로 살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그러나 읽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고독한 일이다.]






<내일의 연인들>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그저 설명할 수 없는 대로 놔둬진다. 




[내 눈에 그 시기 선애 누나는 어쩐지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인생의 급행열차에 올라탄 사람처럼 보였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강력한 동기가 그녀를 추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인간적인 말>에서는 말에 얽매여 있는 부부가 말의 무용함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실재적인 것,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을 대화 주제로 삼는 일에 익숙지 않았다. 나와 해원은 오히려 관념적인 것, 우리와 먼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쪽이 더 편했다. 우리는 우주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는 며칠이고 떠들 수 있었지만 이모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기적의 시대>는 내가 좋아하는 류의 연애 안 하는 연애 소설이다. pc통신 시절의 풋풋함과 심리적 거리가 멀어졌다 좁혀졌다 하는 과정이 내 일처럼 느껴졌다.




소설집을 다 읽고 나서 든 감상은 엄청 솔직한 소설들이라서 좋았다는 생각. 인간이 으레 가지고 있는 욕망이나 열등감이 그 일을 이야기하기 적당한 거리에서 다루어진다. 소설 속에 뭔가 화려하거나 그럴듯해 보이지만 무의미한 걸 감추고 있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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