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이야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고봉만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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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과 관련해 읽은 최근의 책은 트위터의 저쪽님께서 선물해주신 플로베르의 단편집 <세 가지 이야기>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 중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이다. 플로베르가 자신의 지방에서 전해지는 전설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무시무시하고 잔인하면서도 속죄에 관한 더없이 아름다운 이야기. 쥘리앵은 영주의 아들로 태어난다. 아버지가 들은 예언은 쥘리앵이 장차 황제가 되리란 사실, 어머니가 듣는 예언은 쥘리앵이 장차 성인이 되리란 것. 쥘리앵은 자라면서 사냥에 몰두하게 된다. 누구보다 잔인하게 살육을 하던 중 사슴 무리들을 죽이고, 그 중 한 사슴이 쥘리앵에게 당신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이 예언을 듣는 쥘리앵은 사냥을 관두고 은둔 생활을 하면 부모님을 지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지만 실수로 어머니를 화살로 맞출 뻔 한 다음에는, 성에서 도망쳐 나와 영영 돌아가지 않는다. 쥘리앵은 용병이 된다. “도망친 노예들, 반란을 일으킨 농민들, 돈 한 푼 없는 사생이들 등 온갖 용감한 사람들이 모두 그의 깃발 아래로 몰려들어 하나의 부대를 이루었다.” 그러던 중 스페인의 황제를 위기로부터 구하고, 황제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의 딸과 쥘리앵을 결혼시킨다.


 

쥘리앵의 부모는 아들을 찾기 위해 성의 호화로운 생활을 뒤로하고 나서서 떠돌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정보를 물으며 돈을 지불하느라 가진 돈도 다 떨어졌다. 그러던 중 마침내 쥘리앵이 살고 있는 궁궐에 도착하게 된다. 쥘리앵의 아내는 자신의 침대에 그들을 재운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쥘리앵은 침대에 있는 두 사람을 아내와 불륜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그들을 죽인다. 이 충격으로 쥘리앵은 모든 것을 버리고 나가 빌어먹는 생활을 한다. “ 기억의 무게를 짊어지고 그는 많은 지역을 떠돌아다녔다.”


 

마침내 한 강가에서 그는 뱃사공이 되어 사람들을 실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속죄의 행위처럼 그 일을 한다. 어느 날 한 문둥이가 배에 탄다. 문둥이는 쥘리앵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많은 것을 요구한다. 태워줄 것, 먹을 것, 잘 것.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상상을 초월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문둥이는 쥘리앵이 자신을 껴안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입 맞춰줄 것을 요구한다. 쥘리앵은 그렇게 한다. “자기 입술을 그의 입술에, 자기 가슴을 그의 가슴에 갖다대고, 쥘리앵은 그의 몸 위에 완전히 엎드렸다.


그러자 문둥이는 그를 껴안았다. 그의 눈은 별처럼 빛났고, 머리카락은 태양의 빛줄기처럼 길게 뻗쳤다. 그의 코에서 새어나오는 숨결에서 장미꽃 내음이 풍겼고, 화로에서는 향이 자욱하게 피어올랐으며, 물결은 찬양하듯 노래했다. 그러는 동안, 아득해져가는 쥘리앵의 영혼 속으로 넘치는 환희와 상상도 할 수 없을 희열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두 팔로 쥘리앵을 껴안은 사나이의 머리와 발이 오두막의 양쪽 벽에 닿을 만큼 점점 커졌다. 지붕이 날아가 버리고, 맑고 푸른 하늘이 활짝 펼쳐졌다. 자기를 천국으로 데리고 가는 예수 그리스도를 마주보며, 쥘리앵은 푸른 하늘로 올라갔다.”


 

단순하게는 가장 속되고 더럽고 비천한 것과 맞닿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성스러움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죄를 지은) 쥘리앵이 받는 속죄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쥘리앵이 잔혹하게 사냥하는 장면이 실은 인간 대부분들이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살육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가장 신비한 점은 이야기가 이토록 초월적이며 이토록 마음을 울리는 이유에 대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쥘리앵은 자신이 받은 세 가지 예언을 실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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