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규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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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한 일반인 레즈비언 김규진님이 아내와의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동성간의 혼인이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규진님의 경우 회사)에 이를 알리는 일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에서는 커밍아웃한 게이 연예인은 있지만 레즈비언 연예인은 없다. 김규진님 이전에는 매스컴을 통해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또한 없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퀴어 결혼식을 올려서 퀴어가 있음을 알려주신 규진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컸다. 




난 결혼<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하면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책 속에서도 나와있다시피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꿈꾸는 건 퀴어 집단일 뿐이라는 얘기, 어렸을 때부터 퀴어 결혼을 간절히 바랬지만 차차 결혼은 내가 생각했었던 결혼과 다른 거라는 걸 깨달아 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 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 동성 결혼이 가능한 국가들에 대한 부러움 등. 결혼이 뭘까? 안 해봐서 모르겠고 앞으로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책 속 결혼에 대한 정의 중 하나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 생긴다는 것". 




얼마전 헤테로이신 전 직장 동료분과 공원을 산책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분은 비혼주의자이고, 결혼에 대해서 이런저런 깊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같이 한 얘기 중에 나온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은 정말 솔깃하고 배아픈 정책이었다. 예전에 게이인 친구와 정 주거문제가 막막하면 위장 결혼을 해서 혜택을 누리자는 우스갯소리도 생각났다. 어떤 집단의 혐오 때문에 누렸을 수도 있는 사회적 혜택을 못 누린다는 건 역시 암담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절망감이 들 때, "매일 매일 구체적이고 작은 승리에 집중하자는 것"이라는 규진님의 문장을 떠올리면서 너무 먼 미래에 벌어질 불공평한 일이 아닌 가까운 미래에 바뀔 수 있을 지도 모를 작은 일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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