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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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나'와 내가 속해있는 여고에서 남자 아이돌을 따라 옷을 입는 '팬픽이반'(팬픽이반인 주인공의 친구), 그리고 그런 팬픽이반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면서도 내가 좋아하게 된 연극부의 언니. 그 당시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나'는 여성을 사랑할 수 있는 퀴어이면서도 청소년일 때나 대학생이 되었을 때나 퀴어 무리와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한다. (혐오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은 퀴어들의 반응을 서치해 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소설에 공감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기대한 퀴어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소설을 싫어했다. 물론 모든 퀴어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살다 보면 주입받게 되는 호모포비아적인 생각들이 있기 때문에 이 주인공이 취하는 호모포빅한 태도가 아예 납득가지 않는 게 아니었다. (나 역시 중학생때, 속해있던 기독교 집단이 말하는 '동성애는 죄이다'라는 논리에 반박하지 못해서 혼란스러웠던 때가 있었다) 소설 속 '나'가 그 언니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어른이 되고 나면 책임지고 싶어 하는 충성심에 가까운 사랑은 내가 알고 있고 경험해 본 적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더 절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팬픽 이반'이라고 명명되는 집단에 대해서는 아직 더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1세대 아이돌과 함께 시작해서, 신화창조 때까지 이어져 온 집단이다. 좋아하는 남성 아이돌을 코스프레 했고, 이들을 좋아하는 (헤테로거나 헤테로에 가까운) 여성 추종자 집단이 있었고, 그 여성들과 (아이돌 멤버로서?) 연애를 했고, 장소를 대여해서 집단으로 코스프레를 하기도 했다. 이후 퀴어 집단에서는 '팬픽이반'이라는 단어가 한동안 혐오 표현에 가깝게 사용되었다. 한때 퀴어였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헤테로 연애를 하는 '가짜 퀴어' 처럼 일컬어 졌던 것이다. 현재는 팬픽 이반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항구의 사랑>이후에도 팬픽 이반을 다룬 여러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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